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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진솔한… 영혼 울리는 인디언의 지혜

입력 : 2016-09-24 03:00:00 수정 : 2016-09-23 20: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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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동 지음/세미콜론/1만7500원
인디언의 속삭임/김욱동 지음/세미콜론/1만7500원


아파치족은 다른 어떤 부족보다 미국 정부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남북전쟁 중에도 남부동맹, 북부동맹 각각과 전투를 벌일 정도였다. 아파치족의 투쟁이 막을 내린 것은 1886년 9월이었다. 이때 추장 제로니모는 5년간의 저항을 접고 투항했다. 아파치족의 저항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었을까. 백인들에게 아파치족은 사람을 죽이고 머리가죽을 벗기는 호전적이고 잔인한 부족이었다.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삶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

아파치족의 결혼식 축시 중 일부다. 저마다의 삶을 살던 남녀가 결혼으로 ‘함께’ 살게 되었음을 가르치고,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대지’에 뿌리 박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라고 충고하는 아파치족을 시체의 머리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부족이라는 이미지와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인디언에게 덧씌워진 야만인 이미지는 백인들의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 상당수다. 

인디언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했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속담과 격언, 기도문에는 그런 세계관이 뚜렷이 드러나 현대인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책은 인디언의 속담과 격언, 연설문 등을 통해 그들의 오랜 지혜를 들려준다. 그들의 지혜는 대지에 굳건히 발을 딛고 살았던 삶만큼이나 구체적이며 진솔하다. 그것을 따라 가노라면 잘못 알려진 인디언의 실체를 만날 수 있다.

“내 뒤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이끌고 싶지 않다./ 내 앞에서 걷지 말라/ 나는 그대를 따르고 싶지 않다./ 다만 내 옆에서 걸으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수평적 관계를 강조한 유트족의 금언이다. 인디언들은 신분과 계급의 차이가 없이 평등했고, 개인은 독립적 존재로 존중받았다. 추장은 권력자가 아니라 부족민의 의견에 따라 최종 결정을 하고 실행할 의무를 가진 존재일 뿐이었다.

환경에 대한 인디언의 통찰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닿아 있어 더 큰 울림을 갖는다.

“우리는 선조로부터 대지를 물려받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후손한테서 빌려올 뿐이다.”

인디언에게 대지는 모든 생명을 가능하게 한 어머니이며,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스승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디언의 지혜를 전하며 종종 다른 지역 혹은 문화권과 비교하고 대조한다. 대지를 어머니로 간주하는 인디언의 인식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태초 신으로 규정하는 그리스 신화와 닮았다. 저자는 “인도에는 지장보살이 있고, 중국에는 마고가 있으며, 한국에는 단군신화의 웅녀가 있다”고도 적었다.

한편 책이 소개하는 지도자들의 연설문은 속담, 격언 등과 분위기가 다르다. 그것 역시 전통의 지혜에 바탕을 두지만 백인들의 거짓에 우롱당하고 자신들의 땅에서 내쫓긴 인디언들의 분노가 두드러진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얼굴 흰 대추장은 사기꾼임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 부족들의 땅을 한 뼘도 얼굴 흰 대추장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

훙크파파 수족 추장인 시팅 불의 연설 중 일부다. 그는 ‘얼굴 흰 대추장’ 미국 대통령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웠다.

인디언의 분노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의 존재를 유럽에 전하고, 이주민들이 몰려들면서 맞닥뜨린 처참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했을 무렵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적어도 1000만명이 넘은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지만, 그 수는 급격히 줄었다.“유럽의 이주민들이 북아메리카 대륙에 온 뒤로 원주민의 90%가량이 죽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디언들의 생활방식이나 세계관을 지나치게 찬양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노력해 온 인디언들의 세계관과 그것에 기반을 둔 삶의 방식에서 현대인들이 배울 것이 적지 않다”고 서문에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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