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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다시 사회주의를 외친다 왜?

입력 : 2016-09-24 03:00:00 수정 : 2016-09-23 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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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호네트 지음/문성훈 옮김/사월의책/1만8000원
사회주의 재발명/악셀 호네트 지음/문성훈 옮김/사월의책/1만8000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곳곳에서 시위와 봉기가 이어졌다. “저항하라”, “분노하라”는 구호와 함께 10년 가까이 계속됐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뉴욕 월가점령운동, 서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주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횡포에 맞서 ‘1 대 99’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적 불평등을 규탄하곤 했다. 아마도 2차 대전 이래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이처럼 동시에 분노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를, 하위 70%는 단지 전체 소득의 10%를 차지한다. 정규직은 지난해 평균 283만원을 받지만 같은 일을 하고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151만원을 받는다. 이런 불평등과 불의는 수수방관하면서 계파니 파벌이니 하면서 대권에 골몰하는 정치인들, 이들을 지속적으로 선출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에 분노하고 있다. 금수저·흙수저 사회가 된 현실 앞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 행복지수가 바닥이다. 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분노만 할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회 페러다임을 바꿔야할 것인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진보적 비전은 찾아야 한다.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해 온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계보를 잇는 저자 악셀 호네트 교수는 이념에 매몰돼 정체된 사회주의 원리를 재발명해 자본주의 시장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계보를 잇는 호르크 하이머, 아도르노, 프롬, 벤야민, 마르쿠제,저자인 악셀 호네트 교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월의 책 제공
이 책 저자는 20세기 초부터 종래 서구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저명 학자이다. 아도르노, 호르크 하이머, 벤야민, 마르쿠제, 프롬, 하버마스 등 대철학자의 계보를 잇고 있다. 저자는 “다시 사회주의!”라고 외친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1930년대 사회주의를 이성의 실현으로 보고,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삼았다. 사회주의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해 최근 200여 년간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지속적 변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왔다면, 사회주의는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에 갇혀 위기의 극복이 아니라 몰락을 해온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사회주의를 새롭게 변신시키는 것, 즉 사회주의를 재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사회주의를 재발명해 낼수 있을까? 재발명해 낸 사회주의는 이전과는 무엇이 다를까? 저자는 낡은 사회주의의 청산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즉 더 이상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더 이상 프롤레타리아 혁명 주체를 요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붕괴에 이어 사회주의가 도래한다는 계급투쟁의 역사적 필연성도 주장하지 않는다.

예컨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란 탐욕스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제시되었을 뿐이다. 민주적 통제기관을 통해 시장을 ‘사회화’할 수 있다면 시장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또한 혁명 주체로서의 프롤레타리아는 오늘날 존재하는 다양한 직업군에 비춰 현실적이지도 않다.

저자는 사회주의의 본래 의미, 즉 ‘사회적 자유’를 제시한다. 애초 사회주의의 등장은 프랑스 대혁명이 약속했던 자유, 평등, 우애의 실현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극에 다다른 근로대중에 대한 착취, 생존마저 위협하는 경제적 불평등이었다. 자유는 사적 이익을 좇는 이기적 자유로 변질되었고,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자유 이념에서 사적 이익 추구라는 특징을 제거하고, 협력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확립하면 자유와 우애의 원칙에 접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회적 자유란 개인주의적 자유와 다르다. 개인주의적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버마스식으로 말하면 사회적 자유란 타인의 관점에서 자기자신을 반성할 줄 아는 주체다. 사회적 자유를 통해 서로를 위해 행동하면, 이것이 사회가 진정한 ‘사회적’이 되는 방법이다. 사회주의란 바로 이런 사회적 자유가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제도화되는 것을 말한다. 과연 이런 사회주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저자는 최근 미국 대선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버니 샌더스를 예로 든다. 버몬트주 상원의원인 샌더스는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한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해소, 월가 개혁, 국공립대학 무상교육, 생활임금 지급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사회주의란 종래 낡은 사회주의가 아니었다. 벌링턴 시장 재직 시절부터 부유층만의 콘도미니엄(아파트)을 개발하는 것에 반대해 부유층, 중산층, 서민층 각각에 3분의 1씩 분양했다. 대형마트 입점에 반대해 소비자협동조합을 결성했고, 토지신탁기금을 설립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임대했다. 그는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저자의 사회주의 구상은 현실 정치적 노선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자유라는 미명하에 전 세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지금 상황을 적시하면서, 현대사회의 최고 원리인 이른바 자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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