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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세계 피임의 날]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피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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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5 15:10:23 수정 : 2016-09-25 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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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

날카로운 통찰로 유명한 19세기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고무 콘돔’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1956년 등장한 ‘경구피임약’도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힌다. 피임법에 대한 찬사는 안정성 높은 피임기구가 인간을 임신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여성해방’이나 ‘성 혁명’으로 설명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피임은 인간의 역사와 늘 함께였다. 1만5000년 전 그려진 동굴벽화에도 피임기구가 등장한다. ‘피임의 역사’(1992)를 쓴 역사학자 앵거스 맥래런은 “피임은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생식능력을 좌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성교중단법, 배란주기법 등 자연피임이 일반적이었지만, 인공피임 노력도 적지 않았다. 고대 이집트 시대 파피루스에는 악어나 코끼리의 배설물, 아카시아 나무를 이용한 피임법이 적혀 있다. 동물의 배설물과 아카시아 속에 산성물질이 있어 과학적으로 근거가 아주 없진 않다. 아카시아의 젖산은 20세기 들어 피임약 원료로 사용됐다.
기원전 3051년, 이집트에서는 피임으로 악어 대변을 썼다.

황당한 피임법도 많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유명한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성관계 후 여성의 성기에서 정액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그리스에선 그가 고안한 몇 가지 손동작이 광범위하게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로마시대엔 버드나무잎 가루와 아스파라거스, 거미에 기생하는 기생충 등으로 만든 부적이 ‘피임법’으로 널리 쓰였다.

조선시대 기생들 사이에선 소금물을 성기에 바르거나 창호지를 콘돔처럼 사용하는 방식이 있었다. 성관계 직후 7∼8차례 펄쩍 뛰면 임신을 피할 수 있다는 귀여운(?) 미신도 있다.
19세기 중반 고무콘돔이 발명되기 전 유럽에서는 동물의 내장 등으로 만든 콘돔을 이용했다.
피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콘돔’이다. 콘돔은 17세기 중반 호색한으로 유명했던 영국 찰스2세의 주치의였던 콘돔 백작(Earl of Condom)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매독과 원치 않는 임신을 두려워했던 왕의 명령으로 어린 양의 맹장으로 제작된 근대식 콘돔이 처음 등장했다.
어린 양의 창자로 만들어진 콘돔. 동물로 만든 콘돔은 제작이 쉽지않아 하루에 2∼3개밖에 만들지 못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콘돔은 동물의 내장으로 만들어져 제작이 어렵고 가격도 꽤 비쌌다. 하나를 구입하면 여러 번 반복 사용해야 하는 ‘사치품’이었다. 콘돔은 1843년 미국의 화학자 찰스 굿이어의 고무공법이 만들어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
1925년 5월 4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최신 삭구(콘돔)’ 광고. 당시 피임보다 성병 방지를 위해 유흥가에서 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때 처음 근대식 콘돔이 들어왔다. 당시 일본식 발음인 ‘곤도무’나 ‘삭구’(Sack·자루)라고 불렸는데, 1925년 5월 4일자 조선일보 1면에 ‘최신 삭구’라는 콘돔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피임보다 성병 방지를 위해 유흥가에서 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콘돔 제조 회사인 영국의 ‘듀렉스’가 터키 시장에서 내보낸 광고. 1843년 ‘고무공법’이 만들어진 뒤 고무콘돔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콘돔이 등장했다.

매일 10억명의 여성이 경구피임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올해 3월 정관 수술을 대체할 남성용 경구피임약이 발표되기도 했다.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효과가 1년 정도 지속됐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조만간 실시될 예정이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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