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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권·접대 골프 어쩌나… 공연·체육계도 '불똥'

입력 : 2016-09-25 18:55:14 수정 : 2016-09-25 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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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방아 오를라” 문화마케팅 위축/ 골프대회 ‘공짜 코스 설명회’도 폐지/ 스포츠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우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연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의 문화 마케팅이 위축되면서, 일부 순수예술 장르는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체육계에서도 김영란법으로 미디어로 부터 수도권과 지방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이미 김영란법의 파장이 나타나고 있다. 한 대형은행은 민간기획사가 주최하는 10월 공연을 협찬하기로 한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이 기획사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후원사들이 입방아에 오르는 걸 막기 위해 후원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10월 공연이 첫 타겟이 될테니 상황을 보고 다음 공연에 협찬하겠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11월 창사 기념 음악회를 예정했던 언론사 역시 김영란법 대상이 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문화협찬 의존도가 큰 클래식 음악계는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공연계에 따르면 A급 해외 교향악단 공연에는 보통 3∼4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기업 협찬 없이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조차 불가능하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25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골프장 주차장이 방문객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고양=연합뉴스

공연계가 김영란법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문화협찬이 이뤄지는 방식 때문이다. 보통 기업에서는 공연 협찬의 대가로 수십·수백장의 초대권을 되가져간다. 민간 공연의 경우 기업들이 후원 금액의 20%에서 많게는 100%까지 초대권으로 받는다. 기업에서는 이 초대권을 고객과 주요 거래처에 나눠주며 문화마케팅을 해왔다. 문제는 기업에서 뿌린 초대권이 김영란법 대상에게 갔을 경우다. 이 때문에 각 기업은 혹시라도 튈 ‘불똥’을 우려해 문화협찬에 보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 소재 국공립 예술단체 관계자는 “보통 장기협찬을 해온 회사들은 9∼10월이면 자연스럽게 다음 해 조건을 협의했는데, 올해는 이전보다 항목별로 자세히 검토하는 등 분위기 자체가 위축됐다”며 “서로를 위해 조심하자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공연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국공립단체는 티켓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초대권 수령에 유의하시기 바란다’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또다른 민간기획사는 기업 초대용 좌석을 모두 4, 5만원으로 통일하는 극단적 방안까지 검토했다. 이 경우 기존 공연이 매진됐을 때와 비교해 약 1억원까지 매출이 줄어든다.

체육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종목은 골프다. 골프는 그동한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에서 코스설명회 차원에서 골프 담당 기자에게 라운딩과 식사를 제공했다. 하지만 1인당 30만원 이상 들기 때문에 김영란법 위반이다. 이에 따라 코스설명회는 폐지됐다. 골프계 관계자는 “라운딩이 없는 대회는 보통 식사를 제공했는데 이것 역시 3만원 이하로 해야해기 때문에 장소와 메뉴 선정을 놓고 고민 중이다”고 털어놓았다. ‘접대 골프’ 등이 사라지기 때문에 골프장 운영업체는 경영난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프로스포츠는 종목과 팀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로야구를 제외한 종목들은 그동안 홈팀이 취재진에게 숙박 및 식사를 제공했다. 하지만 기자와 구단은 이해관계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식권과 주차권까지 취재진이 구매해야 한다. 따라서 지방에 연고를 둔 구단은 언론으로부터 더 소외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연맹의 한 관계자는 “경기 끝나고 뒷풀이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더치페이로 바뀌면 누가 얼마나 올지 모르겠다”며 “현장 취재도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밝혔다.

송은아·최형창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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