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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오바마 울린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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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5 22:06:23 수정 : 2016-09-25 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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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까 걱정이에요. 당신은 전쟁을 원하시나요? 신은 우리가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도록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1982년 가을 미국 소녀 사만다 스미스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 유리 안드로포프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당돌한 열 살 소녀의 글은 최고 권력자의 마음을 녹였다. 이듬해 봄 서기장의 답장이 대서양을 건너 스미스에게 도착했다. “우리는 밀을 경작하고 무언가를 건설하고 우주여행을 하는 그런 평화를 원한단다. 지구상의 모든 이들을 위해,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스미스양을 위해서 말이야.” 소녀는 안드로포프의 초청을 받아 ‘최연소 친선대사’로 소련을 방문했다. 살얼음판으로 치닫던 강대국 간에 따스한 봄볕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여섯 살 미국 소년의 편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울렸다. “시리아에서 앰뷸런스에 앉아 있던 남자 아이를 기억하세요? 그 아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 줄 수 있나요? 우리 가족이 깃발과 꽃다발, 풍선을 갖고 옴란을 기다릴 거예요. 내 동생 캐서린은 옴란에게 나비와 개똥벌레를 잡아준댔어요.” 시리아 참상을 접한 소년 앨릭스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띄운 손편지다. 옴란은 지난달 17일 시리아 알레포주에서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아 먼지와 피로 범벅이 된 채 구급차에 타고 있던 다섯 살 소년이다.

편지에 감동한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열린 난민정상회의 연설에서 앨릭스의 편지를 낭독하며 “냉소와 의심, 두려움을 배운 적 없는 한 어린이가 보여준 인간애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우리 모두는 앨릭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앨릭스와 오바마 대통령의 동영상은 백악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지구촌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간절한 편지는 최고 권력자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힘이 있다. 편지 한 통이 동토의 얼음을 녹이고 평화의 밀알을 심는다. 어디 세계평화뿐이랴! 한 통의 육필은 ‘가정평화’를 일구는 촉매제다. 아무리 SNS 시대라지만 섭씨 36.5도의 체온이 실린 손편지만 하겠는가. 가을은 그런 편지를 쓰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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