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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악인들의 세상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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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30 00:59:28 수정 : 2016-09-30 00: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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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혼탁하고 비리가 만연할수록 사회고발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다. 영화 ‘부당거래’, ‘내부자들’, ‘베테랑’이 그렇다. 28일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아수라’는 한발 더 나아가 폭력이라는 충격요법으로 사회를 고발한다.

재개발을 앞두고 이권과 성공을 위해 혈안이 된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와 그의 뒤를 봐주면서 돈을 받고 야망을 키워가는 형사 한도경(정우성) 그리고 정의보다 출세를 위해 온갖 불법을 동원해 시장의 비리를 캐는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는 국민을 대신하고 공익을 추구해야 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치 동물처럼 탐욕스럽고 악랄하게 싸우는 지옥 같은 세상 아수라를 그리고 있다.

장르의 예상을 빗나간 영화는 새롭게 보인다. 기존의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립구도가 아닌 악과 악의 대결을 다룬다. 등장인물들은 마치 누가 더 나쁜 놈인지, 경쟁하듯 악인열전을 펼친다. 이들에게는 불법과 합법, 정의와 불의의 구분이 없으며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이 최고의 선이 된다.

악인들의 세상, 이들은 세상이라는 정글 속에서 동물적 본능에 의해 살아간다. 이들의 싸움은 정글 속 맹수들이 살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것과 같다. 박성배와 한도경, 김차인은 그저 각자의 입장과 처한 상황에 맞춰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다만 그 방식이 정의롭지 못하고 불법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닫는 인생이 허망할 뿐이다.

영화는 묘한 설득력과 흡인력을 가진다. 132분이라는 상영시간 동안 악해질 대로 악해지는 인간들, 자멸하고 마는 악인들의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악인들의 폭주하는 광기는 끝을 모르고 질주하지만 왜 이토록 극한으로 폭주하는지 설명도 없다. 다만,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이 이를 대신한다.

설명과 개연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익히 봐왔던 정치인, 검사, 경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공감할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폭력을 접하는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잠재된 사회적 분노에 대한 보상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난폭한 폭력 장면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거친 욕설과 수위 높은 폭력 장면이 난무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잔인한 폭력 장면은, 현실에서는 권력자가 이보다 더 심한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정치인과 검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을 가진 자들을 악으로 규정짓고 있는 영화 ‘아수라’는 악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 그곳은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전투구를 일삼으며 돈과 권력의 단맛을 맛보면 그렇게 될까. 한도경의 “아무리 발버둥쳐도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스폰서 검사, 비리정치인, 부패경찰 등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이들의 모습에서 피로감마저 몰려온다. 우리는 과연 악인들의 세상, 아수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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