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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지도자 가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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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5 01:11:05 수정 : 2016-10-05 01: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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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리더십은 최고의 전성기 구가
더 늦기 전 연임제 개헌해 리더 키워야
만약 우리 헌법이 대통령의 연임을 허용하고 있다면 “누가 연임에 성공했을까(성공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 아니면 박근혜 현 대통령?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우리 현대사에서 걸출한 지도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승만·박정희 같은 대통령은 담대한 용기가 필요한 시대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다. 두 사람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독재자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어려운 시절 국민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시대정신을 창출하면서 앞장서서 이끌었다. 오늘 우리가 먹고살 만한 것도 두 지도자 덕이다. 


백영철 편집인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거목을 잇는 리더가 1980년대 이후 단 한 명이라도 출현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 김정은의 핵폭주도 미리 막았을 것이고, 중국 대 미·일의 힘겨루기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안보 자립을 했을 것이며, 미래지향적 경제전략으로 세계를 주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저 감상에 젖어 하는 말이 아니다. 지난 30∼40년 동안 박수받지 못한 채 청와대를 빠져나오는 대통령의 쓸쓸한 마지막을 거듭 보았다. 1987년부터 현행 5년 단임제 헌법 시행 이후 모두가 하나 같았다. 근시안적 정책으로 국론분열을 깊게 만들었고 권력추구에 집착하면서 임기 초부터 정쟁에 파묻혀 한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가 30%도 안 되니 연임에 성공하기 어렵다.

이웃 나라 지도자들도 헤매고 있다면 일시적 현상으로 자위할 수 있다. 둘러보면 결코 아니다. 우리가 지도자 가뭄을 겪는 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지도자들은 펄펄 날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 시소게임에서 대등한 입지를 구축했다. 내치에서도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중국의 힘을 과시하며 전 세계서 위안화를 맘껏 뿌리고 있다. 마오쩌둥, 덩샤오핑으로 이어진 대형 리더십의 대열에 시진핑이 뒤를 잇는 것 같은 느낌이 강렬하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다. 80%를 넘는 푸틴 지지도가 승리를 견인했을 것이다. 외국에선 푸틴을 ‘차르’라고 빈정대도 러시아인의 상당수는 아이돌 가수처럼 그를 사랑한다고 한다.

경계의 대상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다. 우리에겐 미운 털이 박혔지만 집권 4년차 지지도가 58∼62%다. 종전 이후 총리로서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점쳐진다. 아베의 성과는 말폭탄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아베노믹스는 지속성과 일관성으로 일본인에게 희망의 빛이 됐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일본의 7월 실업률은 3%로 1995년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 3월 대졸자 취업률은 97.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한국의 경우 8월 청년층의 실업률은 9.3%로 일본의 4.7%보다 월등히 높다.) 초고령 사회의 그늘이 덮쳐도 고령층이 젊은 층 소비 감소를 보완하고 있어 미래가 어둡지 않다. 4년 뒤 도쿄 올림픽도 예정돼 국가통합력은 강화될 것이다. 외교안보에서도 미국의 굳건한 지지를 토대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서는 양축이 됐다. 아베가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을 변화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의 지도자들이 전성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뭔가. 무엇보다 지도자로서 경험의 폭이 넓은 게 장점이다. 세 명 모두 장기집권자들인 것이다. 시진핑은 지도자 양성그룹에서 리더십을 키웠고 임기도 10년이다. 2022년까지 총서기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마저 짧다며 임기연장설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푸틴은 4년제 대통령 두 번, 4년간 총리를 거쳐 2012년부터 6년으로 늘어난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수행 중이다. 80%대 지지율로 봐서 4기 집권설이 유망한데 그러면 2024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아베도 9년 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이 선거결과에 따라 수시로 권력이 요동치는 의원내각제임을 감안하면 아베의 장수는 특이한 흐름이다. 아베의 지도력이 뛰어난 것도 요인일 것이다. 그 못지않게 나라의 융성을 위해 큰 지도자를 밀어주자는 일본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총리 재수생으로 2012년 재집권한 아베는 2018년 9월 당총재 임기가 만료된다. 아베 시대가 거기서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임기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해 장기집권이 결코 도상계획만은 아니다. 거사가 성공하면 아베는 2021년까지 일본을 이끈다. 아베 시대가 지속되면 일본은 개헌을 거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할 것이다.

주변국의 지도자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실전 경험을 쌓은 베테랑 운전사들이다. 반면 한국의 대통령은 초보운전사이고, 운전에 익숙해질 때이면 운전대를 놓아야 한다. 이런 비정상을 내버려두면 머지않아 한국은 주변국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웃지도자들을 상대하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리더를 키워야 한다.

마침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 5년 단임제 헌법의 30년은 고만고만한 지도자만 배출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도 대통령이 잘하면 8년이고 10년이고 책임을 맡기는 연임제, 혹은 중임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잘 못하는 대통령은 선거에서 퇴출하면 된다. 대통령이 조기 강판당하지 않으려고 국민통합에 더욱 신경 쓰고 여야 협치에 주력하면 한국의 시대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 그러다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큰 지도자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백영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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