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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에겐 '낫는 병'이라고 먼저 알리죠"

입력 : 2016-10-09 21:28:17 수정 : 2016-10-09 21: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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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적 치료 권위자' 문병인 이화의료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갑상선암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과거에는 40, 50대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20, 30대 젊은 여성 환자의 숫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에 들어가면 완치율이 90%에 이르지만, 그러지 않으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는 병이기도 하다. 전문가는 여성 환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단순히 약을 처방하고 수술하는 것을 넘어 여성의 특성에 맞는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문병인 이화의료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이러한 유방암 성인지적 치료의 권위자다. 성인지 의학이란 남녀간에 있어 암 발생 및 치료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치료 역시 차별화해서 시행한다는 개념이다. 지난 6일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상담실에서 만난 그는 ‘설명 잘해주는 의사’로 알려진 만큼 환자 특성에 맞는 심리적인 보살핌이 적극적인 수술과 치료 못지않게 암 극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상당수 유방암 환자들에게 치료 과정에서 여성호르몬 억제제를 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른 폐경이 오는 환자가 많아요. 갑작스러운 폐경으로 우울해지거나 불안·초조 증상을 함께 느끼시는 분들이 많죠. 이런 환자들을 무조건 몰아붙이다 보면 쉽게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 센터장은 남녀의 신체적 구조, 사회적 역할 등이 다른 만큼 진단 결과를 전달할 때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잖아요. ‘암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겉으로 동요가 없어요. 오히려 객관적인 상태와 자신에게 놓여진 선택지가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성향이 강하죠. 근데 여성 환자들은 그렇지 않아요. 일단 암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패닉에 빠지거든요. 남성 환자에 비해 부정적 측면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고요.”

그는 이러한 여성 환자의 특성에 맞춰 긍정적인 면을 먼저 부각하는 대화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실제로 약의 효과도 남녀의 대사 차이에 의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유방암의 경우 여성 환자에게는 ‘낫는 병’이라고 먼저 결론을 이야기한 뒤,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악화되거나 재발할 수 있으니 고쳐봅시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병에 대한 공포가 큰 상태이기 때문에 주변의 상황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쉽다”며 “실제로 검사하는 사람이 인상을 쓰거나 간호사의 말투가 딱딱하거나 한 것도 크게 신경을 쓰고, 치료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 유방암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배우자나 자녀들로부터 경제적,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문병인 이화의료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은 “가정에서는 물론 지역사회와 정부에서도 여성 암환자에 대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반면 남성 암 환자의 경우는 오히려 직설적인 화법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계속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 당신 죽어, 애들 어쩔 건데’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남성들이 많다”며 “자신의 건강에 가족들의 삶이 달려있다는 현실을 깨친 환자들이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여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루핑(Grouping)’을 제안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환자과 함께 활동하면서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과정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등산이나 노래, 그림 그리기 등을 하는 것이 활력 있는 삶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화의료원에서는 유방암을 극복한 환자들로 구성된 환우회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문 센터장은 유방암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 대부분이 가정에서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항암 치료 중에도 집안일이나 육아에서 손을 뗄 수 없는 상황이 많은 만큼 주변인의 지지가 암 극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 특히 아내의 보살핌을 받는 남성 환자에 비해 여성 암환자는 병을 혼자 견디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 전체가 환자의 회복을 위해 협조하지 않는 이상 빠른 치유는 당연히 힘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한인영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유방암 환자의 52%가 배우자로부터 간병을 받고 있었으며, 16%는 자녀로부터 돌봄을 받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80.5%)은 병원비를 배우자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사실상 여성 유방암 환자 대부분이 심리적·경제적으로 배우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문 센터장은 특히 직장인 여성 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회사 일을 계속하라고 권유하는 편이다. “옛날에는 항암 치료 중에는 화장도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던 분들도 있었지만, 전 환자분들도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기분 좋은 상태로 치료 받으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사회생활을 계속하는 것도 치료에 긍정적 역할을 하거든요. 병 치료를 위해 오히려 집에만 있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을 심화해 더 우울해집니다. 정기적인 봉사활동도 치료에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20, 30대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의 경우 중장년층 환자보다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문 센터장은 “암 치료의 기본은 신체·정신적 상태를 아프기 전으로 돌려놓는 것”이라며 “치료 도중 변한 외모 등으로 우울감과 상실감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삶에 대한 애착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여성 환자의 60∼70%가 외모에 대한 고민으로 ‘유방보존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평생 방사선 치료와 재발 위험에 시달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환자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먼저 갖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환자의 마음이 달라지면 가족이 달라지고, 결국 환자 본인의 완치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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