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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파타고니아] 자연의 위대함이 지배하는 세상의 끝

입력 : 2016-10-13 14:00:00 수정 : 2016-10-12 20: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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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아디오스,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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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의 W트레킹을 마치고 파타고니아 여행의 베이스캠프인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왔다. 이제 세상 끝에서 보낸 열흘간의 여행이 끝나고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트레킹을 위해 덜어냈던 짐을 다시 찾아 푼타 아레나스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왔던 길을 되짚어 남미 끝에 자리한 항구도시로 향한다. 창밖에 펼쳐진 파타고니아의 적막한 대지에 눈을 뗄 수가 없다. 파타고니아는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는 시선을 외면하며 자꾸만 멀어져 간다.
칼날 같던 얼음벽으로 인간 세상과 얼음 세상의 경계를 짓듯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아르헨티나 호수 속으로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린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산티아고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고 나서도 파타고니아를 떠난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비행기는 대서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차가운 바다 위를 날아 북쪽으로 나아간다. 저 너머 어디쯤 페리토모레노 빙하는 여전히 비취색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 것이다. 인간 세상과 얼음 세상의 경계를 짓듯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다가 아르헨티노호수 속으로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리던 칼날 같던 얼음 벽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트레커들의 이상향이자 ‘트레킹의 국제 수도(capital nacional del trekking)’라는 엘 찰텐에서 맞이한 피츠로이 산봉우리는 빙하를 머리에 이고 상어 이빨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다. 피츠로이와 어우러진 구름과 바람이 몽환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트레커들의 이상향이자 ‘트레킹의 국제 수도(capital nacional del trekking)’라는 엘 찰텐(El Chalten)에서 맞이한 피츠로이와 세로토레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빙하를 머리에 이고 상어 이빨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는 산봉우리들과 그 아래 펼쳐진 눈부신 빙하호수, 그리고 구름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풍경이 꿈처럼 흘러갔다.
수만년 전 빙하가 녹아 만든 아름다운 풍경의 파타고니아 빙하 호수가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구름이 걷히고 거울같이 맑은 토레 호수 위로 피츠로이가 선명하게 모습을 비추면 어느 것이 그림자인지 모를 아득함이 온몸을 감싼다. 다가서지 않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위용에 전율이 일었다. 돌아 나오는 길에는 빙하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강들이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하곤 했다.
하얀 빙하를 두른 파이네산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안데스산맥의 깊은 속살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W트레킹은 나에게 걸어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풍경이자 세상에서 가장 극적인 산세로 불리는 그곳에서는 마치 신들이 거대한 산을 층층이 쌓아올린 것처럼 거친 산들이 높게 솟아 있었다. 손이 베일 듯 날카로운 산들이 만년설을 이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원시적인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었다.
만년설에 덮인 산봉우리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원시적인 경이로움을 들게 한다.

파타고니아 여행의 잊지 못할 동반자는 ‘바람’이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때로는 낯선 이방인을 밀어내려는 듯 강하게 불어왔다. 광활한 대지를 메우는 바람은 뜨거운 태양과 경쟁하듯 변화무쌍한 날씨를 만들어냈다. 때로는 하늘의 구름을 제각각의 형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하고 초원의 나무들을 낮게 엎드리게 하면서 파타고니아의 주인다운 위용을 뽐냈다. 그 속에서 바람에 익숙한 이국의 동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털을 지녔다는 비쿠냐(vicuna), 하얀 털을 뒤집어쓴 귀여운 알파카(alpaca)와 과나코 등 작은 낙타 모습을 한 이국의 동물들이 낯선 여행객을 반겨주었다.
하늘을 찌를 듯 한 산봉우리 위로 흰 구름이 미끄러져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열정과 순박함으로 친근하게 다가와 준 현지인들을 잊을 수 없다. 늦은 저녁 숙소를 알아봐 주던 택시 아주머니, 커다란 배낭을 걱정해 주던 호텔 지배인 등 친절과 여유로움으로 낯선 동양인의 여행이 편안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남미 사람들을 깊이 사귀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그들의 열정과 여유로움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안데스 산맥의 깊은 속살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

세상 끝에서 보낸 10여일간의 여행이 그렇게 꿈처럼 흘러갔다. 서울을 떠나 미국 휴스턴으로 12시간의 시간대를 거슬러 왔다. 휴스턴에서 푼타 아레나스까지 계절을 거슬러 남반구의 끝에 이르렀다. 그리고 펼쳐진 원시의 대지, 파타고니아는 인간의 손길보다는 자연의 위대함이 지배하는 ‘세상의 끝’이었다. 바람과 태양이 지배하는 대지였고, 황량함과 풍요로움이 공존하는 땅이었다. 무엇보다 파타고니아를 닮을 사람들이 열정과 여유로움으로 따뜻이 맞아주는 곳이었다.

비행기는 아침이 되어서야 산티아고 공항에 내려앉았다. 사람의 도시는 떠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태양 아래 원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여행을 시작할 때와 달리 서둘러야 했다. 오후에 휴스턴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잠시 산티아고의 공원 벤치에 앉아 남미의 마지막 태양을 즐겨본다. 다시 지구 반대편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다시 북반구로, 그리고 12시간의 시간대를 거슬러 가야 한다.

언젠간 다시 꼭 돌아오기를 바라며, 아디오스(adios) 산티아고! 아디오스 파타고니아!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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