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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단풍보다 서둘러 나와 어서 오라 손짓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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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3 14:00:00 수정 : 2016-10-12 20: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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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억새 명소는
정선 황금빛 석양과 억새.
가을이면 떠오르는 단풍이 아직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단풍보다 가을을 먼저 알리는 전령사가 억새다. 햇빛과 바람에 따라 은빛으로, 황금빛으로 변하며 일렁이는 억새 군락은 가을 정취를 전하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단풍 구경에 앞서 바람결에 춤추는 억새밭으로 가을 추억을 쌓으러 가보자. 하늘하늘 흔들리는 억새들이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전국의 억새 명소를 소개한다.

정선 민둥산 정상. 사진촬영 이정화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은 이름처럼 정상에는 나무가 없다. 그렇다고 허허벌판이 아니다. 드넓은 주능선 일대는 참억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가을에 찾아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민둥산은 7부 능선을 넘으면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 힘든 구릉지다. 멀리 정상을 바라보는 이 지점부터 억새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정선 정상에서 내려가는 하산길. 사진촬영 이정화
초가을에 이삭이 패기 시작한 억새가 10월 중순이면 드넓은 평원을 하얗게 뒤덮는다. 다 자란 억새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은 가도 가도 끝없는 억새의 바다다. 은백색으로 빛나는 한낮의 억새가 만추의 서정을 전한다면, 황금빛으로 물든 해질 녘 억새는 아련한 슬픔마저 느껴진다. 민둥산 산행은 보통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한다. 경사가 완만한 3.2㎞와 가파른 2.6㎞ 구간 중에 택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오르막을 한참 걸어 숨이 턱에 찰 때쯤 능선에 올라서면 조망이 트이며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창원 억새가 피어난 주남저수지 산책로. 사진촬영 문일식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는 동판저수지와 산남저수지, 주남저수지를 통칭하는 말이다. 주남저수지는 1980년대 들어 인기를 끌었다. 가창오리 10만여 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철새도래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철새 탐조와 낚시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고, 지금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공간으로 거듭났다.
창원 산남저수지의 풍경. 사진촬영 문일식
람사르문화관과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람사르문화관 앞 제방을 따라 주남저수지 탐방로가 이어진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탐방로 주변에 억새가 지천이고, 10월 말쯤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온 철새가 장관이다. 큰기러기, 쇠기러기,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 큰고니 등도 이곳을 찾는다. 억새 군락은 인간과 자연을 나누는 경계처럼 저수지와 제방 사이를 따라 이어진다. 탐방로 중간쯤에 2층 탐조대가 있다. 탐조대에 오르면 주남저수지와 백월산의 자태가 어우러진다. 탐방로는 동판저수지와 경계가 되는 주남저수지 입구부터 수문까지 약 1.6㎞, 주남저수지 수문에서 산남저수지 경계에 위치한 용산마을까지 약 2.4㎞ 구간으로 나뉜다.
광주 무등산 억새길.
광주광역시 무등산은 빛고을 광주를 품은 ‘어머니의 산’이다. 가을이면 어머니 가슴처럼 따사로운 능선에 억새가 핀다. 무등(無等)은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의미다. 가을 무등산 산행은 억새 덕분에 발걸음이 들뜬다. 10월이면 정상 주변으로 억새가 하얗게 빛을 발한다. 
광주 장불재 억새와 서석대.
광주 장불제에서 내려다본 능선풍경.
증심사 지구에서 출발해 중머리재와 장불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구간과 원효사 지구 원효분소에서 출발해 서석대에 오른 뒤 장불재를 돌아오는 구간이 무등산 산행의 주요 코스다. 산 중턱인 중머리재를 넘어서면서 크고 작은 억새밭이 길동무가 된다.
광주 중머리재 억새.
원효사 지구 코스에서는 우회하는 꼬막재 방향을 선택하거나, 사양능선을 넘나들며 여유롭게 억새를 감상할 수도 있다. 해발 617m 중머리재만 올라도 억새 너머로 작은 능선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중머리재에서 장불재까지 본격적인 억새 산행이 이어진다. 용추삼거리에서 중봉으로 방향을 잡아도 억새가 흐드러지고 장불재에 오른 뒤 큰 숨을 쉬어도 좋다. 장불재에서 백마능선으로 길을 잡으면 완만한 곡선을 따라 억새밭을 가로지른다. 하늘거리는 억새 꽃이 백마 갈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마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령 오서산 가을 억새.

충남 보령의 진수는 여름보다 가을이다. 보령의 여름을 대표하는 진흙보다 억새와 단풍, 제철 해산물 등 가을 여행의 대표 주자가 여럿이다. 오서산 억새는 그 첫손에 꼽는 가을 여행지다. 까마귀가 많아 붙은 이름인데, 내륙 가운데 솟아 고기잡이배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서해의 등대산’이라 불린다. 이맘 때는 억새꽃이 장관이고, 정상에 오르면 서해를 볼 수 있어 더 특별하다. 
오서산 억새는 10월 중순을 지나며 절정에 이른다. 산행은 왕복 4시간 정도 걸린다. 억새는 정상부 주변 약 2㎞ 능선을 따라 펼쳐진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를 보면 가을을 실감할 수 있다. 억새 너머 망망대해가 서해의 등대산을 실감케 한다. 조금 더 긴 시간 억새 품에 머물고 싶다면 성연주차장 쪽으로 하산한다. 서쪽이라 다른 등산로보다 빛이 오래 머문다. 
충주 억새가 출렁이는 비내섬.

충북 충주 앙성면에 자리한 비내섬은 가을이면 전역이 억새 천지다. 어른 키만 한 억새가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섬에는 매점 하나 없고 인공적인 손길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니와 원앙, 백로 등 철새들이 가끔 놀러올 뿐이다.
충주 고즈넉한 목계나루.
억새 사이로 난 좁은 길을 걷다 보면 맑은 물이 찰랑대는 남한강을 만난다. 비내섬은 남한강을 끼고 있다. 비내섬은 남한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이어지는 비내길 2구간에 속한다. 울창한 산길과 자그마한 시골마을, 논과 밭을 걷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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