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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용암이 빚은 비경에 겸재는 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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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3 14:00:00 수정 : 2016-10-12 20: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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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마다 ‘그림’이 되는 포천
한탄강 줄기에 바위가 불쑥 솟아 있는 화적연은 볏 짚단을 쌓아올린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마치 대쪽같은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는 듯하다. 금강산 여행을 가던 겸재 정선도 이 비경을 화폭에 담았다.
한양에서 금강산 가는 길목이다. 강원도와 접경 지역으로 길이 닦여 있으니 금강산 유람을 하는 길에 들렀을 테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곳으로 여기기엔 다른 내륙지역에서 볼 수 없는 풍광이 곳곳에 박혀 있다. 금강산과는 다른 매력이 있기에 겸재 정선은 화폭을 펼쳐 풍경을 담고, 면암 최익현 등은 시를 읊었다.
겸재 정선의 화적연 그림.
화산 폭발 등으로 생성된 독특한 지형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십만년 전 북한 평강군 일원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흘러 지금의 한탄강을 이뤘다. 제주도가 아닌 내륙에서 이런 지형을 가진 곳은 한탄강 유역밖에 없다. 북한에서 시작되는 한탄강은 경계를 넘어 남쪽으로 흐른 뒤 임진강과 합류한다.

경기 포천은 남한에서 한탄강이 가장 많이 지나는 구간이다. 그만큼 용암이 만든 협곡지대부터 기이한 모양의 바위까지 화산섬 제주를 연상케 하는 풍경을 많이 품고 있다.
경기 포천 비둘기낭폭포는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주상절리로 둘러싸여 있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한탄강으로 이어지는데 폭포에서 한탄강까지는 좁은 현무암 협곡을 이룬다. 포천은 용암이 만든 협곡지대부터 기이한 모양의 바위까지 신비로운 풍경을 품고 있다.
용암이 흐른 흔적을 잘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비둘기낭폭포다. 입구에서 폭포 풍경을 보면 자연스레 제주가 떠오른다. 상류 쪽은 평평한 개울이 흐르는 데 갑자기 땅이 푹 꺼지면서 폭포가 떨어진다. 폭포 주변으로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주상절리를 보면 돌 크기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아래쪽 주상절리는 작은 돌들이 촘촘히 연결돼 있고, 그 위에는 더 큰 바위가, 그 위로는 작은 돌로 이뤄져 있다. 용암이 한 번 흘러 만든 곳이 아니라 시기를 달리해 최소한 세 번은 흘렀기에 층이 나뉜 것이다. 폭포 주변으로는 초록과 주황이 섞인 담쟁이덩굴, 돌단풍, 느릅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삼지구엽초, 이끼 등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한탄강으로 이어지는데 폭포에서 한탄강까지는 좁은 현무암 협곡을 이룬다.
이 폭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흰색 비둘기 수백 마리가 둥지를 틀고 서식했다 해서 비둘기낭폭포라 불린다. 지금은 한 마리도 없다. 다만 갈수기 때 이곳을 들르면 바닥의 흙과 자갈이 비둘기 머리 모양 형태를 띠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량이 많은 곳이 아니어서 비가 내린 후 찾아야 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군 보호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을 막았던 곳이다. 폭포 주변으로 연결된 참호들이 연결돼 있다.
한탄강 줄기에 바위가 불쑥 솟아 있는 화적연은 볏 짚단을 쌓아올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현무암이 아닌 화강암이다. 마치 대쪽같은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는 듯하다.

폭포에서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곳에는 화적연이 있다. 한탄강 줄기에 큼지막한 바위가 불쑥 솟아 있다. 그 모양이 연못 한가운데 볏 짚단을 쌓아올린 듯한 형상이어서 ‘화적’이라 불린다. 현무암이 아닌 화강암이다. 마치 대쪽같은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는 듯하다. 금강산 여행을 가던 겸재 정선도 이 비경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특히 어느 늙은 농부가 가뭄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하늘을 원망하며 화적연에서 한탄하자 물에서 용이 나와 하늘로 올라갔고 그날 밤부터 비가 내렸다고 한다. 이때부터 가뭄이 지면 화적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이 생겼다.
포천아트밸리의 천주호는 화강암을 채석하면서 생긴 웅덩이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다. 폐채석장을 활용해 관광명소로 변모했다. 기묘한 색깔의 화강암벽이 영롱한 에메랄드빛 호수에 반영돼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화적연을 만든 화강암을 비롯해 포천은 때깔 좋은 화강암으로 유명하다. 국회의사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인천공항 등에서 사용된 멋들어진 화강암 대부분이 포천에서 나온 돌이다. 그만큼 채석장이 많았는데 수요가 줄면서 흉물로 변했다. 포천은 애물단지인 채석장을 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포천 아트밸리의 천주호는 채석하면서 생긴 웅덩이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다. 
호수 주위로 과거 채석장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기묘한 색깔의 화강암벽이 영롱한 에메랄드빛 호수에 반영돼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린다. 높이만 40m에 이르는 화강암 벽을 스피커로 활용해 주말마다 공연도 펼쳐진다. 아트밸리 내엔 천문과학관도 있다. 날이 좋을 땐 밤에 별빛여행을 떠날 수 있다.
포천아트밸리 내 천문과학관에서 별자리를 찾고 있는 여행객.
경기 포천의 산정호수는 일제강점기 때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명성산에서 내려오던 물길을 막아 만든 호수다. 호수 위를 걸을 수 있도록 수변데크가 조성돼 있다. 물 위를 걷는 기분, 단풍이 들고 있는 숲길을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포천에서 빠지지 않는 여행지가 산정호수다. 일제강점기 때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명성산에서 내려오던 물길을 막아 호수를 만들었다. ‘산 속에 있는 우물’이란 뜻으로 산 안에 있다 하여 ‘산안저수지’로도 불린다. 
호수를 따라 수변데크가 조성돼 있다. 호수 옆길이 아니라 호수 위로 걸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물 위를 걷는 기분, 단풍이 들고 있는 숲길을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김일성 별장이 있던 곳으로 한국전쟁 이전엔 38선 북쪽에 속했던 지역이다.
포천 명성산은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히는 곳으로 산정호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1시간여 오르면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단풍보다 오히려 바람에 날리는 은빛 억새가 가을 여행객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궁예가 고려 태조 왕건에 패한 후 이 산으로 숨어들어와 크게 울었다고 해 명성산으로 불린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이맘 때면 명성산도 꼭 올라야 한다. 후삼국시대 지금의 철원에 태봉을 세웠던 궁예가 고려 태조 왕건에 패한 후 이 산으로 숨어들어와 크게 울었다고 해 명성산(鳴聖山)이 됐다. 지금 명성산은 억새 천지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히는 곳으로, 산정호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1시간여 오르면 억새밭을 만날 수 있다. 단풍보다 오히려 바람에 날리는 은빛 억새가 가을 여행객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포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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