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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산책] 공공미술, 조잡한 치장서 벗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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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8 21:02:08 수정 : 2016-10-18 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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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기념탑·벽화… 도시 어지럽혀
다채로운 시대 미감 향유의 장 돼야
과거의 공공미술은 모뉴먼트가 주류였다. 이는 사람이나 사건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조형물이다. 자연스럽게 시대적 이데올로기가 담길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대의 동상과 각종 기념탑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들어선 산동네 등 낙후지역을 치장하는 공공미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른바 벽화마을 등이 그렇게 탄생된 것이다. 요즘 들어선 너무 조잡하고 난잡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공공미술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공공미술 전문가 니컬러스 바움의 충고는 그런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비영리 미술기구 ‘퍼블릭 아트펀드’(Public Art Fund)의 디렉터 겸 수석큐레이터로, 세계적인 작가와 협력해 발표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공공미술이 모뉴먼트나 치장의 미술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라고 말한다. 한국공공미술의 현주소를 꼽씹게 만드는 말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낭비’들을 보게 된다.

바움은 공공미술의 목적에 대해 “시민의 입장과 작가의 입장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시민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내가 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각으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작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공공미술 분야에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그것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론 시민들과 공공미술이 종종 충돌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민주적 의견소통이 전제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바움은 여기에 공공미술의 새로운 방점을 찍고 있다. 한 공공미술품을 영원히 한곳에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것이 싫어하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민주적 배려라는 것이다.

서울에도 공공조형물이 많다. 이제는 제발 위인이나 영웅을 떠받드는 거대 기념물이나 시간이 흐르면 조잡해지는 장식품들로 도시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바움이 말했듯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철거하거나 수집품으로 소장공간에 옮겨지는 순환이 바람직하다. 더 많은 작가에게 창작 기회를 줄 수 있고, 다채로운 시대 미감을 시민이 향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공공미술의 미덕은 서로 다른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는 점이다.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장이기도 하다. 공공미술은 작가들에게 미술관이나 개인 컬렉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공공미술의 바람직한 역할을 되새겨볼 때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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