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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뉴질랜드] 태고의 신비 간직한 판타지영화 속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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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0 10:00:00 수정 : 2016-10-19 20: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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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여행의 천국 '밀포드 트렉'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 코스로 알려진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렉. 이곳은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해협을 따라 폭포와 호수, 높은 산이 어우러져 있다.
‘달리는 것보다 걷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힘겹게 산에 오르는 등산보다 산의 풍광과 산내음을 즐기는 여행, ‘트레킹’이 사랑받고 있다. 트레킹(trekking)의 어원은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소달구지를 타고 하는 여행’이란 뜻이다.

바쁜 현대생활에서는 모든 것이 급하고 빠르다. 촌각을 다투어야 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스쳐 지나가야 한다. ‘천천히 느리게’는 무능력을 상징하고, 주변에 대한 오지랖은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트레킹은 느림의 아름다움이다. 천천히 걸으며 스쳐 지나가는 풍경 하나하나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트레킹은 우리 삶의 새로운 활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이동방법, ‘걷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관절, 뼈, 근육, 신경 등 인체의 모든 구성 요건이 조화롭게 움직여야 가능하다. 또 걷기를 통해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혈액순환도 촉진되며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뼈의 밀도를 높여준다. 나아가 면역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걷기의 매력은 나이와 체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운동이자 가장 완벽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를 떠나 이번에 찾을 ‘걷기 여행지’는 뉴질랜드다.

국내에도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가 늘어나고, 파타고니아를 포함해 세계에서도 유명한 트레킹 코스가 많지만 가장 오래도록 사랑받은 트레킹 코스를 꼽으라면 단연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렉이다.
뉴질랜드 트레킹 코스 밀포드 트렉은 풍부한 강수량을 바탕으로 태고의 밀림과 수많은 폭포의 비경으로 가득하다.

뉴질랜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등의 촬영지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가 천혜의 자연을 난개발하지 않고 보호하면서 수많은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 관리해 걷기 여행의 천국으로 떠올랐다.

파타고니아는 바람이 지배하는 초원의 아름다움과 그 위로 솟은 칼날 같은 봉우리를 자랑한다. 그에 비해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렉은 풍부한 강수량을 바탕으로 태고의 밀림과 수많은 폭포가 만든 비경으로 가득하다. 파타고니아가 거친 남성적 매력을 풍긴다면 밀포드 트렉은 포근한 여성적 매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뉴질랜드 남섬 끝에 위치한 밀포드 사운드 지역은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해협을 따라 폭포와 호수, 높은 산이 어우러져 있다. 고산식물과 이끼류로 빽빽한 원시림이 협곡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산 정상의 빙하가 녹으며 만들어 낸 수많은 폭포들이 장관을 이뤄 판타지 영화 속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53㎞의 길이 밀포드 트렉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1877년 처음 이 지역에 트레킹 코스를 개설한 이후 엄격한 관리를 통해 훼손을 막았다. 지금도 하루에 최대 90명에게만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그나마도 겨울에는 출입이 완전히 금지된다.

4박5일이 걸리는 밀포드 트레킹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로지’라는 안정적인 산장에 묵으며 식사가 제공되고 가이드들이 트레킹을 보조하는 방식이 있고, 별도의 산장에서 숙식을 각자 해결하고 가이드 없이 트레킹을 하는 방식이 있다. 물론 가격의 차이가 크다. 밀포드의 자연은 매우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초행의 여행자에게는 가이드 트레킹이 안전하며,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면 혼자만의 트레킹도 매력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뉴질랜드 정부가 천혜의 자연을 난개발하지 않고 보호하면서 만든 수많은 트레킹 코스중 하나인 밀포드 트레킹 코스의 전경.

밀포드 트렉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테아나우 호수를 가로지른다. 테아나우 호수는 문명사회와 원시의 자연을 갈라놓듯 깊고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맑고 차가운 물을 가르며 도착한 호수의 끝자락에는 문명 사회의 손님을 위압하는 거대한 원시의 숲이 버티고 서있다.

본격적인 트레킹은 에메랄드빛 클린턴 강을 따라 푸른 이끼로 가득 찬 원시의 숲을 걸으며 시작된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강물 속으로 송어가 헤엄치고, 나무 사이로는 뉴질랜드 상징인 키아새를 비롯한 각종 새들이 여행객이 지나가도 놀라지 않는다. 당장 엘프나 호빗들이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길 너머로 깎아내리는 절벽에 크고 작은 폭포들이 실타래를 늘어놓은 듯 걸려 있다.

트레킹의 가장 힘든 길은 밀포드 사운드 지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맥키논 패스의 정상에 오르는 길이다. 그러나 산을 가파르게 오르기보다는 큰 산을 완만하게 오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흔히 보기 어려운 고산지대 식물들과 빙하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여행객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정상에서 협곡 전체를 내려다보면 대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장관에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한다.

밀포드 트렉에서 만나는 가장 경이로운 장관은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서덜랜드 폭포이다. 빙하가 녹아 흐른 물이 높은 산 위에서 호수를 형성하고, 이곳으로부터 600여m 아래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하늘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퍼붓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하면 크루즈를 이용해 빙하가 만든 피오르드 해안을 둘러볼 수 있다. 해수면에서 솟아오른 수십개의 봉우리와 절벽, 그 위에서 쏟아지는 폭포들, 봉우리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빙하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밀포드 트레킹을 마치고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하면 크루즈를 이용해 빙하가 만든 피오르드 해안을 둘러볼 수 있다. 해수면에 솟아오른 수십 개의 봉우리와 절벽, 그 위에서 쏟아지는 폭포들, 봉우리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빙하의 아름다움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밀포드 트레킹이 시작되는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퀸스타운 역시 주변 산들과 호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눈부신 햇살과 반짝이는 호수, 거친 산들이 조화를 이루는 퀸스타운을 걸어보는 것도 뉴질랜드 트레킹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밤이면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남반구 별들이 환상적인 밤하늘을 만들어낸다. 북반구에서 온 여행객에게 잊기 힘든 황홀함을 선사한다.

인천을 떠난 비행기는 지구를 남으로 가로지르고 정반대의 계절을 날아 뉴질랜드의 관문인 오클랜드 공항으로 내려선다. 뉴질랜드 북섬도 곳곳이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를 품고 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를 위해서는 다시 남섬의 아름다운 도시 퀸스타운으로 날아가야 한다. 그곳에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밀포드 트렉이 기다리고 있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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