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 아이와 추억 하나를 더 쌓았다

관련이슈 'W+'여행

입력 : 2016-10-20 10:00:00 수정 : 2016-10-19 20:51: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볍게’ 오를수 있는 홍성 용봉산
충남 홍성 용봉산은 해발 381m에 불과하다. 하지만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노랗게 물든 예당평야, 멀리 서해와 안면도를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져 바위 몇 개만 오르면 마치 산 정상에 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연이 서려 있는 기묘한 바위들의 위용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야.”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는 자녀가 얼마 남았는지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의 대부분은 이렇다. 하지만 “거의 다 왔다”는 말처럼 금방 정상에 도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소한 그간 오른 거리만큼은 더 올라야 한다. 자녀의 투정에 아빠는 손을 내밀고, 자녀는 아빠의 손을 잡고 “뭐가 거의 다 왔어”라며 투덜대면서 산을 오른다. 이렇게 몇 번의 투정이 오가야 정상에 도착한다.

“어때? 좋지?”

아빠의 물음에 “힘들었어. 다신 안 와”라고 투덜대면서도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과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보며 그간의 ‘고생’을 잠시 잊고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다만 힘든 티를 내야 하니 아빠가 보지 않을 때 웃지만, 이내 아빠에게 걸리고 만다.

어린 시절 기억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아빠와의 등산 추억이 떠오르는 곳이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 그 추억은 옛일이 됐고, 이제는 거짓말쟁이 아빠가 돼 손을 내미는 존재가 됐다. ‘거짓말쟁이 아빠’라고 놀림을 받아도, 자녀와 이 같은 추억을 쌓길 원한다면 찾기 제격이다.

충남 홍성 용봉산은 해발 381m에 불과하다. 산 아래가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다. 형형색색의 등산복 외에도 집에서 외출 나온 운동복을 입은 가족 단위 등산객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렇다고 아주 평탄한 길만 있는 산은 아니다. 초등학생 정도의 자녀라면 아빠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구간도 있다. 거기에 더해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노랗게 물든 예당평야, 멀리 서해와 안면도를 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지고, 사연이 서려 있는 기묘한 바위들의 위용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용봉산의 자라바위.
용봉산 산림전시관을 들머리로 최영 장군 활터로 방향을 잡았다. 흙길을 조금 걷다 보면 이내 바위들을 밟고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바위 몇 개만 오르면 바로 아래 세상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산행을 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마치 산 정상에 오른 기분이다. 목을 삐죽 뺀 자라바위와 잘 흔들리지 않는 흔들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산에서 보는 동물 이름의 바위들은 그 모양이 비슷하지 않은 것이 많은데, 용봉산의 바위들은 얼추 모양이 비슷하다.

암벽을 타고 좀 더 오르면 최영 장군이 어린 시절 활을 쏘며 무예를 연마한 활터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왼편으로 노적봉, 오른편으로는 병풍바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노적봉에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주머니.

300m 정도만 더 걸으면 정상인 최고봉이다. ‘龍鳳山(용봉산) 해발 381m’이 새겨진 표지석이 있다. 정상을 찍은 뒤 노적봉으로 방향을 튼다. 볏단을 쌓은 듯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노적봉엔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매일 물품을 지고 산을 오르내린다. 잠시 이곳에서 숨을 골라도 좋다.
노적봉의 바위 절벽 틈에 뿌리를 내린 채 자라는 ‘옆으로 크는 소나무’.

숨을 고른 뒤 노적봉을 지나가면 바위 절벽 틈에 뿌리를 내린 채 ‘옆으로 크는 소나무’를 만난다. 길이는 어른 팔 정도지만 100여년의 세월을 견뎌낸 소나무다. 용봉산에선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소원을 빈 후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안착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용봉산 행운바위.

이곳을 지나면서 작은 돌멩이 몇 개를 줍자. 노적봉을 내려가는 길은 가팔라 아찔하지만, 계단이 설치돼 있어 많이 위험하지는 않다. 계단을 내려가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촛대바위와 행운바위를 만난다. 행운바위에는 조그만 돌멩이들이 쌓여 있다. 이곳에서 소원을 빈 후 돌을 던져 바위 위에 안착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돌멩이를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기암괴석의 집합체인 악귀봉은 용봉산에서 가장 풍경이 멋진 곳이다. 서해바다와 안면도가 펼쳐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100여m 더 가면 기암괴석의 집합체인 악귀봉이다. 서해의 낙조가 일품인 악귀봉 낙조대는 용봉산에서 가장 풍경이 멋진 곳이다. 서해바다와 안면도가 펼쳐지고, 반대편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군바위가 솟아 있다. 장군 바위 옆으로 병사들이 따르는 듯한 모습의 바위들이 이어져 있다. 특히 왼쪽 끝에 있는 바위는 한껏 뛰어오르고 싶어하는 움츠린 두꺼비 모양을 하고 있다. 기가 막힐 정도로 비슷하다.
악귀봉에서 보는 장군바위.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군바위가 솟아 있고, 옆으로 병사들이 따르는 듯한 모습의 바위들이 이어져 있다. 왼쪽 끝에 있는 바위는 한껏 뛰어오르고 싶어하는 움츠린 두꺼비 모양을 하고 있다.
장군바위 끝에 있는 두꺼비 바위.

악귀봉까지 둘러본 후 용봉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하산길에는 고려 초기에 만든 높이 4의 신경리 마애여래입상(보물 제355호)이 있다. 자연 암석을 파서 부조한 불상으로 조금이라도 인간 세상을 자세히 바라보겠다는 듯 기울어 있다. 
용봉산 마애여래입상은 자연 암석을 파서 부조한 불상으로 조금이라도 인간 세상을 자세히 바라보겠다는 듯 기울어 있다.
다른 지역 불상과 반대로 왼손을 들고, 오른손을 내리고 있다. 당시 힘이 강했던 홍성 지역 호족들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기 위해 모양이 다른 불상을 세웠다고 한다. 용봉사에서 바라보는 병풍바위 풍경도 일품이다. 병풍바위를 자세히 보려면 용봉사에서 병풍바위 쪽으로 이어진 길도 있으니 여력이 된다면 다시 산을 올라도 된다. 조수연 숲해설가는 “용봉산은 산세라고 말하기 뭐 할 정도로 높이는 낮지만 다양한 풍경을 품고 있는 산”이라며 “어린아이들도 올라 멋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여러 산행 코스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홍성=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