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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승불요곡(繩不撓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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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0 00:57:08 수정 : 2016-10-20 00: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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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대표적 법가 한비자는 “공공의 이익을 좇아 법을 받들면 골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다(從公奉法得平均)”고 환기시켰다. 민초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바로 세우는 공익적 법과 제도의 실천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그렇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선진민주주의의 기본 요체다. 전제가 있다. 사법기관들이 법리 해석과 법 집행에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 그래야 ‘법전 속에만 있는 죽은 법’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법질서 확립의 대상이 바로 법조인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특히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의 꽃’이라는 전·현직 검사장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현실이다.

설상가상 4·13 총선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공정성 논란이 거세다. 기소된 야당 의원이 여당 의원보다 2배 정도 많다. 기소된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은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다. 오죽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새누리당 친박계 김진태, 염동열 의원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을까.

한비자는 승불요곡(繩不撓曲), 곧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말이다. 한비자의 시각은 이렇다. “상과 벌을 주는 게 균형 있게 집행되면 백성은 몸과 마음을 다해 옳음을 따르게 된다(行刑授賞隨衡法 盡力忠心樂善宜).”

수많은 정권들이 몰락한 원인은 법을 따르지 않고 자의적 판단에 따라 잣대를 들이대 단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비자의 시각이다. 그래서 말한다. “악이 없어지고 선이 생기는 것은 법 제정에 따르고(惡滅善生隨立法), 법을 분명하게 적용하면 국가가 발전한다(分明正確成公業)”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권력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경구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繩不撓曲 :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법의 공정성’을 뜻함

繩 노끈 승, 不 아닐 부, 撓 휠 요, 曲 굽을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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