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장에선] 국가위기는 실제 상황

관련이슈 현장에선

입력 : 2016-10-24 23:35:30 수정 : 2016-10-24 23:35: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끔 인사동을 걷다 보면 추억의 군것질 거리를 만나게 된다. 새콤한 당분으로 채워진 ‘아폴로’나 불면 휘휘 소리가 나는 ‘휘파람 사탕’, 불에다 구워먹는 쫀득한 식감의 ‘쫀디기’ 같은 옛날 과자를 파는 가게나 노점상이 여럿이다. 호기심에 사 먹어보기도 하나 그다지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때는 아이들의 인기 주전부리지만 맛난 과자가 지천인 지금은 ‘불량식품’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다른 공산품도 비슷하다. 1970∼80년대 자동차 창문은 손잡이를 돌려야 하는 수동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운전 자체를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20∼30년 후면 배출가스를 내뿜는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을 단 내연기관차가 지금의 ‘쫀디기’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이처럼 발전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은 왜 ‘4포세대’나 ‘5포세대’로 불리고 사람들이 ‘헬조선’을 말하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넘쳐나는 양질의 제품과 달리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봉급 생활자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실업률은 3.6%로 2005년 9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9.4%나 됐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일자리는 창조하지 못한 셈이다.

그럼 취업한 사람들은 마냥 행복할까.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기업 근로자 평균 근무시간은 213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연간 평균 구매력평가기준 임금은 중하위권에 불과했다. 예전에는 ‘아빠’만 일해도 한 가족이 먹고 살았지만, 지금은 ‘아빠’, ‘엄마’가 밤늦게까지 일해도 살림이 빠듯한 경우가 많다.

자본(기업)의 수익률은 경제성장률을 웃도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는 문제를 짚은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는 건 우연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봉급생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포스코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2000년 40%에서 2014년 38%로 2%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법인세 최고세율은 28%에서 22%로 6%포인트 떨어졌다.

빈부의 격차도 심해져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은 44.9%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1970년대엔 사는 게 다 고만고만했지만 이젠 잘사는 사람만 잘산다. 소위 ‘금수저’의 탄생이다.

그렇다고 다 같이 쫀디기나 씹는 시대로 돌아갈 수는 물론 없다. 독일의 신발제조회사 아디다스는 최근 23년 만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가 아닌 자국에 공장을 세웠다. 상주인력이 10명 남짓한 무인공장이기에 가능했다.

이제 운전기사도, 공장 근로자도 필요없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직장인의 44.7%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불균형은 커져가고 좋은 일자리 찾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만 같다. 본질은 좀 다르지만 청와대가 얘기하는 ‘국가 위기상황’은 실재한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