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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간 학교 지키다 숨진 경비원 재심서도 산재 인정 못받아

입력 : 2016-10-25 09:20:37 수정 : 2016-10-25 09: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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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사망 원인,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기 어려워"
노동계 "업무상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산재 인정 사례 드물어"
야간에 15시간가량 홀로 학교를 지키다 숨진 충북 충주 모 학교의 경비원 A(당시 59세)씨가 근로복지공단의 재심에서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A씨 유족과 노동계는 "당직 근무를 하다 학교에서 사망했는데도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즉각 반발했다.

25일 A씨 유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이 숨진 A씨를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 유족이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재심사 청구에 대해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산재 재심위는 "A씨가 학교 경비를 하면서 급격하게 업무 환경이 변화했다거나 예측이 어려운 근무 환경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A씨가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큰 업무 부담으로 인해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유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의학적으로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 검진에서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가 있었던 것이 확인된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재심위는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청구인의 사망 원인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족 대리인인 한범동 노무사는 "재심에서도 근로복지공단의 입장 변화가 없어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유족이 금전적인 부담감 때문에 행정소송에 나설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유족은 "50대 이상 중장년 남성 상당수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것 아니냐"며 "산재로 인정하는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본다"고 근로복지공단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소송까지 가는 것이 정신적·금전적으로 부담이 돼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유족은 재심 결과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충주의 모 중학교에서 학교경비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10월 28일 근무를 서던 중 이 학교 건물 3층 남자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진 것이 학생들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이 학교에서 홀로 야간 경비를 맡아왔으며 매일 오후 4시 30분 출근해 이튿날 오전 8시까지 15∼16시간 정도를 학교를 지켰다.

근로계약서 상 A씨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평일은 15.5시간, 주말은 24시간이었다.

그러나 실제 근무 시간으로 인정받는 건 평일 4.5시간, 주말 6.5시간에 불과했다.

이 시간만 순찰과 문단속 등을 하는 근무시간으로 돼 있고, 나머지 10여시간은 취침이나 휴게 시간으로 규정돼 있어서다.

유족은 A씨가 평소 정상적인 근무를 했을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없었고, 숨지기 전 12주 동안 불과 10일밖에 쉬지 못한 채 매일 15~24시간 확교를 지키면서 장시간 근무한 것이 사망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며 지난 3월 산업재해 신청을 냈다.

근로복지공단은 원심에서 A씨가 숨진 주원인은 학교 경비 업무와 관계없는 개인의 지병 때문이라며 업무상 재해로는 볼 수 없다고 판정한 바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관계자는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비원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이들이 다치거나 숨졌을 때 산재로 인정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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