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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아빠따라 구걸하는 소녀…"그래도 공부는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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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5 14:15:41 수정 : 2016-10-25 14: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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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소녀가 거리에 앉았다. 책을 편 소녀는 바람이 불 때마다 둘러쓴 이불에 몸을 더욱 깊게 묻었다. 소녀를 바람으로부터 막아줄 건 이불이 유일하다.

소녀 옆에는 초췌한 중년 남성이 있다. 남성은 펜을 쥔 채 열심히 글 쓰는 소녀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는 소녀의 아버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인민망과 왕이신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부녀(父女)는 어느 새부턴가 주말마다 산둥(山東) 성 린이(臨沂) 시 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쁘게 오가는 시민들은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두 사람을 유심히 지켜본 건 근처 청소부들이다.

인민망과 왕이신문 등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올해 여섯 살인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구걸 중이다. 소녀는 주말이 무척 싫다고 이들에게 말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주말에 놀고 싶지만, 아버지를 따라 나와 구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낮 최고 수은주가 10℃에 머무른 날에도 소녀는 구걸과 공부를 병행 중이었다. 이번 학기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한 소녀는 “구걸도 저의 공부를 막을 수는 없어요”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얼마나 당찬 소녀인가.

소녀는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다 끝냈어요”라며 “병음 표기법도 열심히 공부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다 가르쳐주시지 않아도 저는 다 알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부녀 옆에 머무른 동안 몇몇 시민이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 시민은 소녀 앞에 놓인 깡통에 돈을 넣었으며, 다른 두 시민은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따뜻한 음료와 햄버거 등을 사와 소녀에게 건넸다.



소녀에게는 정신질환을 앓는 엄마가 있다. 같이 사는 할머니는 올해 80세다. 두 오빠가 있지만 모두 학교에 다니고 있다. 소녀의 아버지가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다.

다만 어찌 된 이유에선지 소녀의 아버지는 당국의 도움 대신 구걸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임 교사에 따르면 소녀는 학교에서 활발히 지내며 학습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아직 아이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교사가 아는 건 그들 가족의 형편이 다소 어렵다는 사실 뿐이다. 사연을 알게 교사는 소녀의 처지를 무척 안타까워했다.

 



지역 사회복지 관계자는 “소녀의 아버지가 구걸을 멈추기를 바란다”며 “소녀가 또래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인민망·왕이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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