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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아직도 겉도는 '성인지 예산'…멀기만한 남녀 성평등 사업

입력 : 2016-10-25 19:18:55 수정 : 2016-10-25 2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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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8년째… 입법취지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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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을 개선하고 정부 예산의 혜택을 남녀가 동등하게 누리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성인지 예산제도’가 시행 8년째인데도 겉돌고 있다. 성평등 사업이 일부 부처에 편중된 데다 이마저 현실과 동떨어진 성과 목표와 지표를 설정해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25일 세계일보가 정부의 ‘2016년 성인지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성인지 예산 대상 사업은 정부 부처 등 43개 기관이 선정한 332개 사업, 27조7602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1조5136억원 늘었다.

성인지 예산제도는 성평등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정책 예산이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평가해 그 결과를 예산 편성 시 반영토록 한 것이다. 공원 화장실에서 유독 여성 대기줄이 긴 점을 감안해 공원 조성 때부터 여자 화장실을 많이 설치하도록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성인지 예산 대상사업 332개 중 절반가량인 164개(49.4%)가 고용노동부(41개)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각 40개), 문화체육관광부(22개), 중소기업청(21개) 5개 부처에 편중됐다. 예산 규모로 따져도 전체 성인지 예산의 51.6%에 해당하는 14조3146억원이 복지부 사업이었다. 중소기업청이 5조4248억원, 고용부가 4조1439억원, 국토교통부가 1조2445억원으로 그 뒤를 이어 성인지 예산이 특정 부처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 밖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15년 성인지 결산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지 예산 성과목표(구체적인 성평등 실현 방안) 달성률은 70.9%에 그쳤다. 2012년 71.1%에서 2013년 73%, 2014년 68.8%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일반 정책 성과목표 달성률이 평균 80%인 점에 비춰 보면 부진한 실적이다.

특히 성인지 예산 성과목표 달성률이 성평등 정책의 효과적 시행 여부를 실질적으로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각 부처가 예산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성과 목표와 지표를 설정하거나 수혜자를 잘못 설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복지부는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확충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평등과 무관한 요양시설 이용자 만족도를 성과목표로 삼았다. 고용부가 추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사업도 여성 친화적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았는데, 성과목표로는 정작 여성 수혜자 비율이 아닌 선택제 일자리 지원 인원을 설정했다. 성인지 예산제도 취지와 동떨어진 목표 설정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날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지식허브연구센터가 개최한 포럼에서도 성인지 예산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윤용중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심의관은 “성평등이라는 제도의 목표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를 구현할 구체화된 정책 단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택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센터장은 “오스트리아의 경우 헌법 규정에 따라 성평등 목표를 우선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사업을 발굴하는 하향식(톱다운) 방식으로 사업을 선정해 잘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못하면 패널티를 부과해 체계적으로 성과 관리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성과제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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