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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초록빛 도화지에 남겨진 가을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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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7 14:00:00 수정 : 2016-10-26 21: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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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오르는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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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이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세상이 온통 푸르다며 좋다고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듯한데, 산과 들이 붉고 노랗게 변하고 있다.

사계절 중 가장 다채로운 색을 품고 있는 계절인 가을이 제 색을 한껏 뽐내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 자연이 만든 수채화를 담을 수 있다. 더구나 올해 가을날씨는 변덕스럽다고 한다. 조만간 때 이른 추위가 몰려온다니 수채화를 품을 수 있는 시기는 예년보다 짧을 듯싶다.

단풍은 북에서부터 남으로 내려온다.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등 강원도의 유명 산은 단풍 구경을 하러 온 행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단풍보다 화려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등산객에 치여 가을의 화려함이 바래질 듯싶다.

이런 면에서 같은 강원도지만 화천은 고즈넉하게 가을을 즐기며 단풍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걸으며 다양한 색을 뽐내고 있는 단풍을 구경해도 좋고, 걷기 부담된다면 차로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수려한 가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화천의 가을이 붉게 활활 타오르고 있다.
강원 화천 비수구미 마을은 화천댐 건설로 파로호가 생기며 접근이 어려워진 오지 마을이다. 해산령 쉼터에서 싸리골 선착장까지 6㎞ 구간의 비수구미 큰골은 계곡을 따라 나무들이 이룬 붉은 터널이 파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단풍이 한창이다. 호젓하게 산길을 걸으면 산새 소리와 계곡물 소리, 바람 소리만이 들려온다.

비수구미. 이름부터 독특하다. 마을 뒷산에 새겨진 ‘비소고미 금산동표(非所古未 禁山東標)’에서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금산동표는 조선시대 궁궐 건축에 쓰이는 소나무 군락의 벌목을 금지하는 표시다. 이 표시에서 예전에 이 지역이 비소고미로 불렸던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반면 ‘신비의 물이 만든 아홉 가지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비수구미’(?水九美)가 본래 지명이라는 설도 전해온다. 이 말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어떤 이유에서 지명이 붙었는지 확실치 않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다. 더구나 화천댐 건설로 파로호가 생기며 기존 마을이 수몰돼 이 마을로 접근이 어려워져 오지 마을이란 인식이 생기면서 신비감을 더한다.

비수구미의 단풍 산행을 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방법이든 사실 편하진 않다. 화천에 들어선 뒤 꼬불꼬불한 산길을 차로 올라 해산령 터널을 통과하면 해산령 쉼터를 만난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산길을 걸어 내려가면 되는데, 일행 중 한 명은 산행 도착지인 싸리골 선착장 인근에 차를 몰고 가서 기다려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파로호 선착장에서 물빛누리호를 타고 싸리골 선착장에서 내린 뒤 선착장에서 해산령 쉼터 방향으로 가면 된다. 이때도 해산령 쉼터 부근에 누군가 차를 대고 기다려야 한다. 11월부터는 배가 하루에 한 편만 운항해 배를 타고 다시 파로호 선착장으로 돌아올 수가 없다. 이땐 싸리골 선착장 인근에 식당들이 있으니 이곳에 문의를 해 배를 타고 나오는 방법이 있다.

교통편이 썩 좋은 곳은 아니다 보니 사람 손이 덜 탄 곳만은 분명하다. 어느 곳에서 시작하든 크게 힘들지 않은 계곡길을 따라 6㎞ 정도 걸으면 된다. 비수구미 큰골로 불리는 계곡길로 2시간가량이면 반대편에 도착한다. 다만 해산령 쉼터에서 출발하면 내리막길이 쭉 이어지니 싸리골 선착장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한결 편하다. 듬성듬성 돌이 박혀 있어 걷기 불편한 곳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정비되지 않은 두메산골을 걷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계곡 초입부터 천연 그대로의 생태를 만끽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나무들이 이룬 붉은 터널이 파란 하늘을 가린다. 휴대전화도 먹통이 되는 구간이다. 호젓하게 산길을 걸으면 산새 소리와 계곡 물소리, 바람 소리만이 들려온다. 그동안 익숙했던 도시의 소리가 소음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동차로 구절양장의 산길을 타고 오르며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해산 아흔아홉굽이길이다. 해산은 화천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달이 먼저 떠 일산이라고도 부른다.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460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보면 오르막길이 나온다. 구불구불 굽이치는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어느새 붉게 물든 산들이 아래로 펼쳐진다. 단풍 구경을 하다 보면 앞에 터널이 하나 나타난다. 남한 최북단에 있는 해산터널이다. 
화천 해산의 아흔아홉굽이길은 구절양장의 산길을 타고 오르며 가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화천읍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 굽이치는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붉게 물든 산들이 아래로 펼쳐진다.
길이 1986m인 해산터널은 직선으로 쭉 뻗어 있어 터널 안에 들어서면 바늘구멍처럼 작은 빛이 새어나오는 출구가 보인다. 터널을 기준으로 단풍 풍경이 달라진다. 터널을 지나기 전 한껏 물 올랐던 단풍은 터널을 지나자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 색이 옅다. 터널을 지난 곳은 일주일 정도 단풍이 늦게 물든다. 터널을 지나 5분 정도 가면 해산전망대다. 끝없이 펼쳐진 산봉우리들 아래로 평화의 댐 인근의 파로호가 푸른빛을 띠고 있다. 
 
화천 한묵령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속해 있다 최근 해제돼 일반인도 다닐 수 있는 곳으로 곳곳에 있는 참호에서 보면 멋진 가을 풍광이 펼쳐진다.

또 다른 드라이브 코스로는 한묵령이 있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 속해 있다 해제돼 일반인도 다닐 수 있다. 곳곳에 참호, 전차방호벽들이 있어 전방이란 것을 느낄 수 있지만, 가을철엔 주위를 둘러싼 단풍 풍경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참호는 시야가 확보되는 곳에 설치한다. 차를 몰고 가다 참호가 보이면 한 번쯤 차를 세우자. 최고의 전망대가 바로 그곳이다.

화천=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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