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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봉칼럼] 교육부, 대입관리 손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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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4 01:02:21 수정 : 2016-11-14 0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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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정상화 위해 대학에 맡겨야
공정경쟁 의미 상실 수능 폐지를
서울대 통합 연구 중심 특화 필요
교육행정 창의·인성개발로 전환을
사흘 후면 대입 수능일이다. 항공기의 운항이 제한되고 출근시간이 조절되며, 경찰관이 지각 수험생을 실어 나르고, 국영방송은 시험 답안을 해설하는 진풍경이 전개될 것이다. 1969학년도에 대학입학예비고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되어 48년째 이어져온 연중행사이다. 시대의 빠른 변화에 맞추어 교육은 바뀌기 마련인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정부 주도하의 획일적인 입시제도가 유효한 것인지 짚어 보도록 하자.

1960년대에 입시제도를 국가가 관리하게 된 것은 5대 1이 넘는 전체 입시 경쟁률에 따른 갖가지 문제점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수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수능에 의해 입시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높아졌고, 학생들의 수험 범위를 줄이는 데에는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입시의 획일화는 오히려 사교육의 과열을 불러왔고, 고등학교 교육은 왜곡되어 학생들은 편협한 시험 훈련으로 지샌다.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창의성은 고사하고 공부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획일적인 학생이 양산된다. 대학들은 독립적인 입시 수행능력을 상실하였고, 교육적 특징도 없이 수능성적만으로 서열화될 뿐이다. 입시명문 학원을 따라 부동산투기가 성행하고, 진학은 적성을 무시한 채 어설픈 정보만으로 수능점수에 맞추어 대학과 전공을 정한다. 점수를 놓고 베팅하는 도박판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 회장
대입 지원자 수가 정원보다 적어진 2003학년도에 대학들은 정원의 9.4%를 채우지 못하기 시작하였고, 2018년부터는 고졸자 전체가 대학 모집인원보다 적어진다. 게다가 이번에 치르게 될 2017학년도 대입에서는 수시모집으로 69.9%를 선발하고 정시모집, 즉 수능성적으로는 30.1%를 선발한다. 졸업생의 70%가 진학을 희망한다 해도 지원자의 30%가 정시생이므로 전체 고등학생의 21%만 수능을 치르는 것이다. 결국 정원 미달의 대학 입시에서 21%만의 수능을 위해 고교교육 전체가 시험의 볼모로 남은 셈이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사라진 수학능력시험을 더 이상 교육부가 관리해야 할 하등의 이유도 사라진 것이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갈망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육을 더 이상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잘 짜인 교육과정대로 교육함으로써 학습을 즐거워하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다양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 고도의 정보화와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정보를 암기하여 수용하는 수동적 방법이 아닌, 직관적인 통찰력으로 정보의 흐름을 지배하는 능동적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교육부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우선 국가 주도의 대학입시를 중단하고 입시를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현재의 수시입학처럼 대학별로 개성 있는 다양한 학생을 선발하게 함으로써 대학 교육의 특성화를 도와야 한다. 편협한 지식만을 획일적으로 측정하는 현재의 수능은 폐지해야 한다. 영어와 같은 외국어 기능시험도 등급화함으로써 점수 1, 2점에 연연하지 않고 실질적인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입시 과열의 핵심인 서울대학을 대학원과 통합하여 우수연구자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특화하여야 한다. 연구 희망자만을 선발하여 우수 연구자를 배출함으로써 교수가 되기 위하여 외국으로 유학 가야 하는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전국 10대 거점 국립종합대학을 통폐합함으로써 명문대학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우수 인재를 지역별로 고르게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입시라는 경쟁체제의 관리에서 손을 떼고 창의와 인성 개발 쪽으로 교육행정의 중심을 바꿀 때 비로소 고등학교 학생들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강한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교육문화융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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