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모르고 가을에 핀 내소사 벚꽃, 고즈넉한 목조건물과 어우러져 화사하게 피어나
물 빠진 채석강 해식동굴은 바닷물에 쓸리고 깎여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물 빠진 채석강 해식동굴은 바닷물에 쓸리고 깎여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부안 내소사는 낡아서 나뭇결이 드러난 오래된 나무기둥과 낙엽이 떨어진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늦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이어진 전나무길의 단풍과 은행나무들이 제 색을 뽐낸다. |
◆늦가을 단풍이 한창인 내소사
벚꽃. 봄의 대명사다. 가을도 다 지나가는 마당에 뜬금없이 봄꽃 타령을 하는 것은 지금 이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내소사에서 말이다.
내소사는 백제 때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는데 지금의 내소사는 예전의 소소래사라고 한다. 건물은 조선 때 중건된 것이다.
내소사는 일주문부터 천왕문까지 이어진 600m의 전나무길이 백미다. 하늘로 곧게 뻗은 전나무 사이사이로 단풍과 은행나무들이 제 색을 뽐내고 있다. 단풍이 한창인 때가 지났을 것 같았는데 내소사는 다른 지역보다 좀 늦게까지 단풍이 지속된다. 내소사 전나무길은 변산 골짜기에 자리 잡아 골바람이 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단풍이 좀 늦게 온다.
전나무길을 걸으며 대웅보전 앞에 이르면 오른편을 보자. 가을과는 어울리지 않는 흰 꽃이 피어있는 나무들이 있다. 봄에 벚꽃으로 유명한 내소사지만, 가을에 핀 벚꽃을 볼 수 있는 곳도 내소사다. 이 벚꽃은 철모르고 핀 것이 아니라 춘추벚꽃이란 품종이다. 봄과 가을에 꽃을 피우는 벚꽃이다. 춘추벚꽃을 아는 사람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땐 가을에 맞는 봄 소식에 기분마저 화사해진다.
내소사 대웅보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낡아서 나뭇결이 드러난 오래된 나무기둥과 낙엽이 떨어진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져 풍기는 분위기가 꽤 고즈넉하다. 늦가을 정취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대웅보전은 쇠못을 쓰지 않고 모두 나무를 깎아 지은 건물이다. 대웅보전의 문을 장식한 꽃무늬 문살에서는 정갈함이 느껴진다. 절을 지을 때 목수가 만든 목침 하나를 사미승이 숨겼고, 결국 목수는 목침 하나를 빼고 건물을 완성했다고 한다. 밖에서 대웅보전 안을 보면 입구 왼쪽 천장 부근에 목침이 빠져 있는 공간이 보인다. 또 대웅보전 내 오른쪽 벽에는 다른 벽엔 그려져 있는 그림이 없다. 이 사미승이 100일간 내부를 장식하는 것을 아무도 보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마지막날 안을 몰래 들여다봐 그림을 그리던 용이 그곳만 그리지 못하고 날아갔다고 한다.
부안 채석강은 간조 때 가야지 신비한 지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
외변산을 대표하는 채석강은 물때를 잘 맞춰가야 한다. 물이 차면 해안의 기암을 떨어져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이 빠진 간조 때 가야지만 채석강의 지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특히 해식동굴은 한 번 들어가 봐야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물이 빠져 드러난 채석강의 기암 절벽을 보면 맨 아래 바위들은 매우 검다. 바닷물을 직접 맞는 곳이니 그만큼 퇴색된 것이다. 바닷물이 닿지 않는 윗부분은 노랗거나 바람에 깎여 회갈색을 띠고 있다.
격포해양경찰서 부근에 해식동굴이 모여 있다. 대부분의 해식동굴은 규모가 작아 들어가 볼 수 없는데, 바다 쪽을 바라보는 해식동굴 한 곳은 폭이 꽤 넓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마치 우리나라 지도 모양과 같다. 언제 돌이 떨어질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레저 활동 즐길 수 있는 줄포습지
가족과 함께라면 부안 남쪽에 자리 잡은 줄포습지가 제격이다. 습지 하면 왠지 따분하단 느낌이 먼저 든다. 나무데크만 걷고 돌아오는, 운 좋으면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정도만 연상된다. 하지만 줄포습지는 다르다. 갯벌 안쪽으로 줄포자연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맘때는 갈대가 한창이다. 지그재그 나무데크, ‘S’자 나무데크 등 다양한 길을 따라 갈대 사이를 지날 수 있다. 아직 높이가 사람 어깨 정도밖에 안 돼 아담한데, 내년 정도면 사람 키를 훌쩍 넘을 듯싶다. 여기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촬영 세트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이국적인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 갈대 길을 걷고 나서는 체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공원 안에 수로가 조성돼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면 만들어진 물길이다. 이 수로를 보트를 타고 돌 수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연상하면 된다. 다만 주변이 건물이 아니고, 배가 곤돌라가 아닐 뿐이다. 좁은 수로 주변에 서 있는 갈대 사이를 보트를 타고 지나는 기분은 꽤 흥이 난다.
부안은 질 좋은 흙과 나무가 풍부하고, 바닷길로 개성까지 이동할 수 있어 고려청자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춘 곳이다. 부안 내 곳곳에 고려 때 가마터들이 있다. 고려청자에 대해 알려면 청자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도자기 기술은 중국에서 넘어왔지만, 비색을 내는 청자의 빛깔과 문양을 새기는 독창적인 상감기법은 우리의 기술이다.
부안=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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