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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도킨스, 왜 무신론의 아이콘 되었나

입력 : 2016-12-03 03:00:00 수정 : 2016-12-02 19: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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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남 옮김/김영사/4만6000원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 전 2권/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남 옮김/김영사/4만6000원


케냐 출신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75)의 회고록이다. 영국 왕립학회 회원인 도킨스는 이 시대 대중 과학자를 상징하는 유명인이다. 특히 회의주의와 무신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신은 만들어졌다는 무신론으로 유명해진 그의 글들은 도발적이고 논쟁적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명료한 논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도킨스의 장점이 드러난다. 지난 2015년 영국 하퍼콜린스가 출간했다.

그의 대표작인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출간 이후 40년 넘게 생물학을 대중 속으로 끌어들인 명저로 인정받는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생물학을 대중 속으로 끌어들인 공로를 인정받고 있지만, 교황과 이슬람 성직자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자주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다.
김영사 제공
출간과 동시에 종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몰고 온 2006년 작 ‘만들어진 신’은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생물학적으로 논증한 책이다. 지금의 가톨릭, 개신교 등 각 종교의 일부 잘못된 논리가 세계사에 끼친 폐단을 지적해 무신론자들의 전범으로 인정받는다.

기독교가 국교인 영국에서 도킨스는 왜 무신론자가 되었을까?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다는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가 종교를 사기극이라고 폄하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의 종교관을 들여다보자. “왜 순전히 출생의 우연에 따라 내가 몸담고 자란 이 종교만을 믿어야 하나? 성찬식, 총 고행성사에 참가한 이후 나는 기독교 교리를 전혀 믿지 않게 되었다. 나아가 모든 구체적인 종교를 경멸하게 되었다. 특히 그들의 위선에 치가 떨렸다. ‘총 고해성사’에서 우리는 다 함께 입을 모아 자신이 ‘가련한 죄인’이라고 중얼거려야 한다. 그런데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심지어 평생 할 말이 똑같이 적혀 있다는 사실은(1662년부터 반복된 내용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가련한 죄인에서 벗어날 의향이 없음을 알리는 신호나 마찬가지 아닌가. 죄에 대한 집착과 모든 인간이 아담으로부터 물려받은 원죄 속에 태어났다는 바오로적 믿음은 기독교의 가장 고약한 특징 중 하나다.”

믿음을 기독교의 고약한 특징 중 하나라고 비난한다. 이 같은 도킨스의 논리는 성서적 오류보다는 종교인들의 위선이나 거짓 행동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는 성서에 나온 인류 조상이라는 아담이란 인물은 실존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입증해 보였다. 도킨스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맹신하고 있는 과학자다. 애초 그는 창조주의 존재를 인정했으나 후에 생각이 바뀐 듯하다.

“나는 구체적이지 않은 모종의 창조자에 대한 믿음만큼은 굳게 지켰다. 이유는 생명계의 아름다움과 설계된 듯한 구조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설계자가 있는 게 분명해’ 논증이 나를 휘어잡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마땅히 그 설계자도 존재해야 한다는 잘못된 논증에 넘어갔다. 이 논증의 초보적인 오류를 그때까지 깨닫지 못했다고 털어놓자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다윈이 이미 생물학적 설계에 대해 멋지고 강력한 대안을 제공했고, 이제 우리는 다윈이 옳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다윈의 설명은 원시적 단순함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수준을 높임으로써 끝내 생물체가 보여주는 놀라운 복잡성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우월하다.”

1981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암살 위험에서 벗어난 이후 한 설교에 대해서도 비꼬았다.

도킨스는 “성모의 도움으로 총알이 나를 비켜갔다는 교황의 설교는 참으로 황당하다. 그렇다면 애초 권총을 든 청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온당한 게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훗날 교황은 유부녀와 30년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불거져 망신을 당했다.

도킨스는 유명 과학자들과의 교류와 대화, 흥미거리들을 이 책에 잔뜩 뿌려놓았다. 더글러스 애덤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존 메이너드 스미스, 데임 미리엄 로스차일드, 네이선 미어볼드, 리처드 리키, 캐롤린 포르코, 필립 풀먼 등은 그가 사귄 당대 내로라하는 명사들이다.

뉴욕타임스는 서평에서 “과학과 사랑에 빠진 인간의 멋진 회고담이다. 인간 도킨스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현 세상에서 과학이 있어야 할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평했다. 도킨스가 현대 과학에 기여한 성취와 공로는 대단하다. 그럼에도 도킨스는 현대 종교의 아픈 부분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종교인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그대로 이 책에 옮겨놓은 것 같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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