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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골의 그많은 '둘째 딸들'은 왜 '세상에서 없는 존재'가 됐나

입력 : 2016-12-06 16:30:00 수정 : 2016-12-06 15: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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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태어나고도 단지 성(性)이 다르다는 이유로 후커우(戶口·중국의 호적제도) 등록이 누락됐던 중국 여성들의 설움이 오랫동안 인구 관련 연구활동을 펼쳐온 미국의 한 교수에 의해 세상에 밝혀졌다.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중국 현실을 타개할 새로운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고 교수는 생각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대학의 존 케네디 교수는 25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의 여성들이 태어난 직후 후커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세상에 없는 존재’로 살아야 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스릴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중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한 자녀 정책’이다. 중국 공산당이 1979년부터 산아 제한을 위해 실시한 한 자녀 정책이 현지 전역으로 퍼졌는데, 시골 지역에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을 곳곳에서 두 자녀 이상을 낳고도 딸을 후커우에 등록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케네디 교수는 주장했다.

이는 마을 관리들이 주민들과 친했기 때문이다. 다소 황당하지만, 지역 사회의 구성원이었던지라 관리들도 딸을 낳고 친자녀 등록을 하지 않는 주민들을 눈감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상황이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면서 자연스레 후커우 누락 여성이 수천만명에 달하게 됐다.



케네디 교수를 만났던 시골의 한 농부는 큰딸과 큰아들은 소개하면서도 둘째 딸은 ‘세상에서 없는 존재’라고 했다. 첫째가 딸인 사실에 실망한 농부 가족은 어쩔 수 없이 큰딸은 후커우에 등록했으나, 아들이 태어나기 전 출산한 둘째 딸의 이름은 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족 후커우에는 딸, 아들 각각 한 명씩만 이름이 올라가 있다.

케네디 교수는 “낙태나 유괴 혹은 살인 등이 여성이 부족한 이유로 지목되어 왔다”며 “이면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숨어 있었다”고 분석했다.



산시(陝西) 사범대학의 쉬 야오장 교수와 공동으로 25년간 인구 추적조사를 해온 케네디 교수는 태어난 직후 없는 존재가 됐던 여성들이 20대 무렵 후커우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교육 혜택을 받으려 남성들이 태어나자마자 등록되는 것과 달리 이들의 뒤늦은 후커우 등록은 ‘결혼’을 위한 장치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들 교수가 1990년과 2010년 후커우 등록 수를 비교한 결과, 2010년의 수가 1990년보다 무려 400만명 가량 더 많았으며, 같은 400만명 안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100만명 이상 더 많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사회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 중국은 지난해 10월,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다. 하지만 성비 불균형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다. 중국 내부에서는 오는 2020년이 되면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 수가 2400만명에 달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케네디 교수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성비 불균형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태어날 때 세상에서 없는 존재가 된 여성들이 혼인 적령기에 접어들면 자연스레 후커우에 이름을 올리게 될 거라는 이유다. 그는 “사회 구성원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여성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며 “중국 정부가 여성들이 제때 후커우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국민들을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CNN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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