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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은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줄 것을 요구·약속한 때 제3자 뇌물수수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직권남용이 아닌 뇌물죄를 적용하면 처벌 수위가 높아지지만 입증하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뇌물죄의 경우 ‘부정한 청탁’, 즉 대가성이 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면 대기업은 ‘피해자’가 되는 것에 그치나 뇌물죄를 적용하면 ‘뇌물공여자’로 지목돼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 등과 함께 처벌을 받아야 한다. 향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대기업들과 박 특검 간의 치열한 수싸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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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특검팀이 결국 ‘포괄적 뇌물죄’ 법리에 의존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사건에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뇌물은 대통령 직무에 관해 공여·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대통령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직무 범위가 넓고 권한이 강력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논리다. 대기업이 대통령에게 건넨 돈이 세무조사 무마, 신규 영업 인허가 등 특정 대가와 직접 연결되지 않았어도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에도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려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현준·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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