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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폭포 처럼 흘러내린 시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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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08 10:30:00 수정 : 2016-12-07 20: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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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 어라연서 시작된 동강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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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어느 때보다 청명하다. 굽이치는 강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어느 때보다 투명하다. 푸른 하늘과 맑은 동강이 만든 수많은 절경을 강원 영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많은 절경 속에서 손쉽게 만날 수 없는 비경이 있다. 강원 영월을 찾는다면 동강의 비경을 보기 위해 깔딱고개를 한 번 넘어보자. 그렇다고 풍광만 보는 것은 아쉽다. 안성기, 박중훈이 출연한 영화 ‘라디오스타’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사람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이 영화 속에서 그려진 영월은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영월의 하늘은 어느 때보다 청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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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비경 어라연 보러가는 길

동강 줄기의 비경으로 불리는 ‘어라연’은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거운분교에서부터 시작한다. 길 건너 동강탐방안내소를 지나 산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라연을 만나려면 잣봉까지 올라야 한다. 오르막 내리막을 한두 번 겪으면 작은 마을을 만난다. 
어라연은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바위라는 세 개의 신선바위 삼선암과 그 주변의 ‘뼝창(벼랑의 강원도 사투리)’,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말한다. 옛날 이곳에 어라사라는 절이 있어 이름 붙여졌다는 말과 물고기가 워낙 많아 물고기 비늘로 뒤덮인 연못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동강의 비경으로 알려진 곳이다.
마차 마을이다. 일제강점기 때 탄광이 있던 곳으로 작은 마차, 큰 마차 마을이 있다. 포장된 길이 끝나고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산길로 접어든다. 평이한 산길을 지나면 잣봉과 어라연을 소개하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제부터 진짜다. 깔딱고개가 시작한다. 나무 계단을 오른 후 가파른 산길을 타야 한다. 숨이 꽤 찬다. 한 번쯤 되돌아 내려보면 경사가 제법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들의 나뭇잎들은 대부분 떨어졌다. 하늘이 훤히 보인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유난히 파랗게 보인다. 힘들게 올라왔으니 더 예쁘게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산 아래로 동강 물줄기가 보인다. 동강을 내려보면 물거품이 심하게 나는 곳을 볼 수 있다. 된꼬까리 여울로 과거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곳이다.
태백과 정선 등에서 베어낸 나무를 뗏목에 엮어 동강 물길을 따라 한양까지 옮겼다. 이를 옮긴 이들을 떼꾼이라 불렀다. 된꼬까리 여울은 ‘떼꾼들 무덤’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이곳만 넘어가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침밥을 ‘사자밥’이라고 여기며 먹은 떼꾼들은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 물길을 헤쳤다. 된꼬까리는 여름에 래프팅 코스 중 하나다. 사고가 날 수 있는 바위 몇 개를 없애 예전만큼 위험하진 않다고 한다.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라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려다보지만 희망은 여지없이 깨진다. 나무들로 시야가 막혀 제 모습을 볼 수 없다. 비경이라 불리는 곳이니 전망대에서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실망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어라연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잣봉 방향으로 좀 더 올라야 한다. 5분가량 오르면 드디어 어라연의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딱히 전망대도 아니지만 주위가 뻥 뚫려 있다.
어라연은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바위라는 세 개의 신선바위 삼선암과 그 주변의 ‘뼝창(벼랑의 강원도 사투리)’,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말한다. 옛날 이곳에 어라사라는 절이 있어 이름 붙여졌다는 말과 물고기가 워낙 많아 물고기 비늘로 뒤덮인 연못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어라연의 풍광을 담은 뒤 잣봉까지 오른 후 되돌아가도 되고, 어라연의 모습을 자세히 보려면 반대편으로 산길을 타고 내려가도 된다. 다만 어라연까지 가려면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해서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위험할 수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잣봉을 오르지 않고 동강탐방안내소에서 동강을 따라 어라연까지 갔다 되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왕복 2∼3시간이면 된다.
영월 고씨굴의 ‘용의 머리’.
영월 고씨굴의 통로를 차지하고 있는 ‘님의 기둥’.
동강뿐만 아니라 영월엔 땅 아래 풍광도 기가 막히다. 고씨굴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고씨 가족이 피난했던 곳이다. 주된 통로가 약 950m, 가지 굴이 약 2438m로 총 3388m나 된다. 일반에 공개된 곳은 620m로 왕복 4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고씨 일가가 살았던 고씨 거실터 본 후 왼편으로 통로가 이어져 있다. 종유석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듯 모여 있는 종류폭포, 통로 중간에 버티고 서 있는 님의 기둥, 끊어진 오작교, 무량탑, 오백나한 등 자연이 만든 신비한 작품을 본 후 마지막으로 종유석과 석순, 석주 등이 뒤엉켜 만든 천왕전까지 이르면 끝이다. 
영월 고씨굴의 ‘오작교’.
영월 고씨굴의 ‘무량탑’.
◆사람 냄새 나는 추억으로 가는 길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한때 가수왕까지 하면 잘나갔던 최곤(박중훈)과 20년 지기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영월 방송국으로 떠밀려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게 된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지만 최곤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 ‘오후의 희망곡’은 지역 주민들의 소소한 얘기를 들어주며 점차 영월의 명물이 된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장소는 현재 라디오스타박물관으로 바꿔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 카페에선 동강을 보며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이 영화는 우연히 영월을 들린 ‘라디오스타’ 작가가 실제 폐 방송국이 된 KBS 영월방송국 영월중계소를 보고 소재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영화에서 최곤은 영월중계소 라디오 방송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지금은 라디오스타박물관으로 바꿔 운영되고 있다. 또 영화에 나온 청록다방과 순대국밥집, 청령포 모텔 등이 그대로 간판을 달고 있다.
라디오스타박물관의 라디오들을 한데 모아 놓은 전시물.
라디오스타박물관에서는 직접 자신이 라디오방송을 하고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상당수 방문객이 “내 목소리 맞아?”라는 반응을 보인다. 어른들은 아련한 옛 추억에 빠져들 수 있고, 자녀는 라디오방송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에서는 직접 자신이 라디오방송을 하고 목소리를 들어 볼 수 있다. 제공된 원고를 가지고 해도 되고 원하는 말을 해도 된다. 상당수 방문객이 “내 목소리 맞아?”라는 반응을 보인다.
1980∼90년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주크박스.
이와 함께 주크박스에서 나오는 1980∼90년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다방과 헤드폰을 끼고 영화 ‘라디오스타’에 나온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공간, ‘라디오스타’ 영화를 짧게 편집해 볼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어른들은 아련한 옛 추억에 빠져들 수 있고 자녀는 라디오방송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영월=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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