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12차전 경기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 얼결에 감독대행을 맡게 된 차해원 수석코치는 세트 스코어 0-3(20-25 17-25 22-25)의 셧아웃 패배를 당한 뒤 기자석에서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감독의 빈자리가 이리도 컸을까. 이선구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한 뒤 GS칼텍스는 2패만을 떠안았다. 차 코치가 코트위에서 연방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떨어진 선수들의 사기를 고양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GS칼텍스는 왕년의 ‘배구명가’다. 이선구 전 감독이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슈퍼리그(구 대통령배) 9년 연속 우승과 92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무적신화를 창조했다. 2005년 프로리그가 출범하면서 지금의 구단명을 확정한 이후에도 성적이 좋았다. GS칼텍스는 2007년 KOVO컵대회 및 2007~08 V리그를 동시에 석권했다. 이후 2008~2009 시즌과 2013~2014 V리그 우승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소속팀의 한송이, 배유나 등이 출전, 한국 여자배구가 20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 주전 선수들이 부상 여파로 무더기 이탈한 GS칼텍스는 객관 전력에서 차이가 난다. 당장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면 남은 선수들로 탄탄한 조직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차 신임 감독의 최대 과제다. 세터 이나연이 빠져 토스워크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고른 득점을 내기 힘들다. 중앙도 마찬가지다. 배유나가 빠진 가운데는 한송이, 정다운으로는 버티기에 한계가 있다. 전체 득점 1위의 알렉사(340득점)가 분전하고 있지만 좀처럼 팀원과의 합이 맞지 않는 모습을 수차례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 신임 감독은 수비 강화에 역점을 두고 팀 색깔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안정된 리시브와 서브를 통해 수비 상황 이후 자연스러운 세트 플레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세트 플레이가 살아나면 잃었던 팀워크를 조금씩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포지션 보완을 위해 과감한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팬들도 당장의 순위 상승 보다는 매 경기 성장하는 GS칼텍스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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