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왜곡된 보수와 완전히 다른… 진짜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입력 : 2016-12-09 20:59:34 수정 : 2016-12-09 20:59: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로저 스크러튼 지음/박수철 옮김/더퀘스트/1만6000원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로저 스크러튼 지음/박수철 옮김/더퀘스트/1만6000원


보수냐, 진보냐는 질문을 흔하게 듣는다. 무 자르듯 명확할 것 같지만 보수는 뭐고, 진보는 뭐냐고 따지고 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사회에 과연 진정한 보수가 있느냐는 의문도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대해 박 대통령보다 깨끗한 사람이 있다면 돌을 던지라는 해괴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보수’ 혹은 ‘보수단체’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히 불린다. 보수주의란 무엇이며, 보수주의가 신봉하는 가치와 태도는 무엇일까.

“보수주의는 모든 성숙한 사람들이 선뜻 공감할 수 있는 생각, 즉 훌륭한 유산은 쉽사리 파괴되지만 쉽사리 창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학자로 통하는 저자가 정의하는 보수다. 저자는 “보수주의는 잃어버린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대상, 그리고 앞으로 그것을 유지하는 방법과 관계있는 사상”이라며 책에서 “보수주의 이외의 사상을 수용하는 것이 왜 비합리적인 선택인지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훌륭한 유산’은 “우리 뜻대로 살 수 있는 기회, 고충에 응답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법의 확실성”을 의미한다. 특정 이해당사자들 마음대로 점유하거나 파괴할 수 없는 공유 자산인 환경의 보호 또한 중요한 가치다.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개방적이고 탐구적인 문화, 대표자를 선출하고 법을 통과시키는 민주적 절차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전제 아래 각 부문에서 보수주의의 태도를 설명한다. 경제 부문의 보수주의는 “자유경제를 운영하는 주체는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유로운 개인’이란 점을 결코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유재산 체제에서의 경제적 거래는 내 것과 네 것의 구분뿐 아니라 너와 나의 관계에도 좌우된다. 책임이 없으면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신뢰가 없으면 자유경제 특유의 미덕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교육에서 무조건적 평등을 지향하는 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엄격한 시험, 다양한 교육제도가 아이들의 능력에 맞는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확산되고 있는 다문화와 심각한 수준에 이른 환경 문제를 논하면서는 약자를 보호하고 연대하며 공멸하지 않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평가도 눈길을 끈다.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확산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예외없이 표적이 되는 마거릿 대처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는 그중에서도 흥미롭다. 저자는 대처가 “수십 년 동안의 평등주의적 허풍에도 불구하고 아직 영국 사회에 천부적 재능과 진취적 기상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그것이 자유롭게 꽃피기를 원했다”고 평가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