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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 동양의 서예와 공통점 있어”

입력 : 2016-12-09 21:31:27 수정 : 2016-12-09 2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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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거리예술가 존 원 방한
“제 최근 작업은 서예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흰 배경에 글씨를 쓰는 것도 서예의 영향입니다.”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위대한 낙서’전을 위해 방한한 그라피티 아티스트 존 원(Jon One·53·사진)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라피티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뉴욕 할렘 태생인 그는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통한다.

지난해 에어프랑스는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보잉 777기를 그의 그라피티로 장식했으며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과 탄산수 브랜드인 페리에도 그의 그림으로 제품을 제작했다.

1987년 프랑스로 활동 무대를 옮긴 그는 지난해 초 프랑스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마르크 샤갈이나 리처드 세라 같은 예술계 거장에게 주어지던 상이 그라피티 아티스트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에 당시 그의 수상 소식은 큰 화제가 됐다.

존 원은 레지옹 도뇌르 수상과 관련, “스트리트 아트를 인정하는 의미에서 나한테 대표로 준 것 같다”고 겸손한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라피티는 정부를 고발하고 대항하는 의미가 있는데 이렇게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묘하다. 나이 들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굉장한 영광이자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닉 워커, 제이알, 크래쉬, 라틀라스, 제우스, 셰퍼드 페어리 등 동료 그라피티 아티스트들과 함께 자신의 예술세계를 소개한다.

그라피티라고 하면 야외 공간에 자유롭게 그린 그림을 떠올리지만, 그는 주로 캔버스에 작업한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회화에 가까워 보인다.

한 벽면을 가득 채운 대작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는 흰색 캔버스 위에 검은색 물감으로 가장 밑면을 채운 다음 다시 그 위에 다양한 원색 물감을 자유롭게 펼친 작품이다.

최근작들은 서예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전시 때문에 홍콩에 갔다가 중국 서예를 본격적으로 접했다. 그 이후 흑백 배경에 글씨를 쓰는 방법 등을 통해 동양 문화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제 이름을 계속 쓴 작품도 있는데 이름을 쓰는 행위에서 서예와의 공통점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 기업 및 아티스트들과도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LG전자와 손잡고 그의 그라피티가 그려진 블루투스 스피커를 출시하는가 하면 가수 윤종신과 컬래버레이션 앨범을 냈다. 윤종신에 대해선 “이제는 친구 사이”라며 “그와의 작업을 통해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는 모두 사랑으로 극복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를 보러 올 한국의 젊은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에게 “자신만의 색깔을 내라”고 주문했다. 그는 “그라피티는 도처에 널려 있고 작가도 너무 많아 이름도 다 모를 정도”라며 “다 같은 그라피티라도 그 안에 나만의 에너지를 담아냈기에 이렇게 주목받지 않나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6일까지 열린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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