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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의 메시지처럼 사회 부조리 통렬하게 비판

입력 : 2017-01-10 21:00:15 수정 : 2017-01-10 22: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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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중공업 ‘비디오로 보는 삶’ 전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무엇을 감추나?’ 서울 종로에 있는 아트선재센터 건물 외벽에 붙은 배너 작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미술작품이라는 생각보다는 ‘왜 건물에 이런 플래카드가 내걸렸나?’ 의아한 생각이 든다. 혹시 건물이 삼성그룹에 부당하게 팔려 저항하는 것이 아닌가 오해를 사게 된다. 게다가 재벌과 정치인 관련 문구가 미술관 건물 앞뒤로 걸려, 재벌과 정치의 협잡을 규탄하는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상은 한국인 장영혜씨와 중국계 미국인인 마크 보주로 구성된 ‘장영혜중공업’이 준비한 작품전시다. 전시제목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에서 보듯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우리 사회를 자습서처럼 쉽게 이해해 보자는 취지다.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는 배너 작품.
전시장에는 드럼비트 음악이 흐르고 대형 화면에 텍스트가 빠르게 움직인다. 우리 사회를 향한 렙퍼의 쏟아내는 메시지 같다. 화면을 분할해 텍스트와 영상이 함께 보이기도 한다. 장영혜중공업이 지속해서 다루어 온 자본과 정치에 대한 주제를 관통하며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위트 넘치면서도 통렬하게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들추어내는 듯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떠올리게 해준다.

작가는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를 통해 우리가 태어나고 죽음을 맞는 병원부터 식품을 사들이는 대형마트,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 등을 통해 삼성이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음을 짚어준다. ‘삼성’이라는 재벌로 유추되는 권력화된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무엇을 감추나?’라는 배너 작품.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무엇을 감추나?’는 정치인들의 기만적인 태도를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작가는 “지난 3월부터 전시 콘셉트를 생각하고 작품을 시작했다”면서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와 대기업 비즈니스를 예견한 것 같아서 기괴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탄핵 사태를 보면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훌륭한 예술은 그런 방식으로 가능합니다. 예술가는 복잡한 사고를 단순한 형태로 풀이하지요.”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는 제목의 비디오 설치 작품. 재즈와 보사노바 느낌의 배경 음악이 흘러 묘한 느낌을 준다.
장영혜중공업은 공개석상에 드러나는 것, 자신들의 작업을 정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 스스로의 행위를 모순되게 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의상 무책임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왜 저희의 코멘트를 들어야 할까요? 왜 저희가 하는 코멘트를 믿으려고 하나요? 저희의 역할은 예술에 대해 평을 쓰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예술은 저희에게 도전입니다. 저희는 자신들의 작업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예술가들에 대해 의구심이 듭니다. 비평가들이 저희가 하는 작업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더없이 기쁠 겁니다.”

다소 도발적인 작가의 자세가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 장영혜중공업은 런던의 테이트미술관, 파리의 퐁피두센터, 뉴욕의 휘트니미술관과 뉴뮤지엄에서 전시를 가졌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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