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사는 1973년쯤부터 서울 구로구 공장부지에서 약 20년간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다가 해당 부지를 B회사에 매도했고, 이후 이 부지는 C, D회사로 순차 매도됐다. 최종 소유자인 D회사의 조사 결과 이 부지는 지표면으로부터 지하 6m 범위가 불소 아연 니켈 등의 오염물질로 광범위하게 오염되고, 콘크리이트 등의 폐기물이 부지 대부분에 걸쳐 매립돼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 부지의 토양 오염은 피고 A회사가 약 20년간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에 D회사는 A회사를 상대로 오염물 처리비용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토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토양 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하거나 투기·방치함으로써 토양 오염을 유발했음에도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함으로써 유통되게 하거나, 토지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했음에도 이를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해당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거래의 상대방 및 위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750조) 이와 같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위법한 행위를 ‘불법행위’라고 한다. 불법행위를 한 자는 당연히 피해자에게 그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지게 된다. 위 판례의 의의는 토양오염을 유발한 토지 소유자가 그 토지를 정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토지를 유통하게 했다면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변경되기 전의 판례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불법행위라고는 보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도 부정됐다.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그 범위에 관해서도 문제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위 판례는 “이러한 위법행위로 인해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의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할 것이므로, 토양 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그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에 대해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시하고 있다. 환경오염 책임에 대한 이정표적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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