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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물길에 쓸리고 바람에 깎여도 한탄 한 번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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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2 14:00:00 수정 : 2017-01-11 20: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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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이 빚은 기암괴석 '철원 한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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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만년 전 지금은 북한땅에 있는 오리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로 지하에 있던 용암은 대지를 덮었다. 용암은 식으면서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으로 변했다. 시간이 흘러 현무암 위로 흙이 쌓이고 쌓여 옥토가 됐다. 강원도 다른 지역과 달리 철원이 너른 평야를 품을 수 있었던 것은 화산 폭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야 외에도 탄성을 자아내는 협곡 역시 화산 폭발이 철원에 준 선물이다. 현무암 사이 갈라진 틈으로 흐르던 물길은 점점 깊이를 더했고, 이 물길은 한탄강이 됐다. 주상절리와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역동적인 위용을 갖춘 한탄강의 모태는 화산 폭발이다.
철원 송대소는 높이 30∼40m 협곡 아래를 흐르는 한탄강 물길을 뚜렷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육각형 모양의 현무암 돌기둥 등이 병풍처럼 늘어선 협곡 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용암이 빚은 다양한 한탄강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용암이 빚은 철원의 절경을 보려면 직탕폭포부터 송대소를 거쳐 고석정까지의 구간을 돌아보는 것이 좋다. 용암이 만든 지형이지만 각각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

직탕폭포는 높은 절벽 위에서 큰 낙폭을 자랑하며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가 아니다. 높이는 3m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너비가 60여m에 이른다. 기암절벽 사이를 흐르는 한탄강이 일자로 층을 이뤄 폭포를 이룬 것이다. 직탕폭포는 바로 앞까지 내려가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올해 추위가 덜해 폭포가 얼지 않았지만, 좀더 추위가 몰려오면 폭포는 완전히 얼어붙을 것이다.

흐르던 용암이 식어 멈춘 곳이 폭포가 낙하하는 지점이 됐다. 폭포 낙하 지점은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다. 낙하하는 물이 돌을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이뤄지고 있지만, 수만년이 지나면 폭포는 사라질 것이다. 이런 특징적인 부분이 직탕폭포를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지칭하지만, 규모 등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한탄강은 지면과 엇비슷한 높이로 흐르는 다른 강들과는 달리 물길이 움푹 꺼진 지면 아래로 나있다. 높이 30∼40m의 한탄강 협곡은 수직 절벽을 이루고 있는데, 그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는 곳이 송대소다. 직탕폭포에서 태봉대교를 지나 하류 쪽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송대소에서는 한탄강 양 절벽에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대가 형성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S’자 코스로 꺾인 물길 양 옆으로 협곡이 솟아 있다. 육각형의 현무암 돌기둥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진풍경을 연출한다. 협곡 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며 용암이 빚은 다양한 한탄강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송대소에서 약 2㎞가량 떨어진 곳에는 고석정이 있다. 현무암 협곡이 늘어선 강 한가운데 10여m 정도 솟은 기암봉 고석바위가 있고, 그 건너편에 정자 고석정이 있다. 고석정과 고석바위를 구분하지 않고 이 부근을 모두 고석정으로 통칭한다. 고석정은 신라 진평왕이 풍광에 취해 처음 세웠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 관련된 얘기로 유명하다. 임꺽정이 고석바위의 동굴과 강 건너 석성에 은신하며 의적 활동을 펼쳤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고석정에서 보면 고석바위 중간에 임꺽정이 몸을 숨기기 위해 드나들었다는 작은 동굴이 보인다. 언뜻 보기엔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인데, 바위에 올라 들어가면 대여섯 사람은 너끈히 앉을 수 있다고 한다. 관군에게 쫓기던 임꺽정이 재주를 부려 꺽지라는 물고기로 변신해 강물로 피했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용암이 만든 절경은 아니지만 철원을 찾으면 삼부연폭포도 둘러봐야 한다. 철원군청에서 차로 5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힘들게 산을 타고 올라 보는 곳이 아니다. 잘 정비된 길 옆에 있다. 임시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길을 건너면 바로 전망대다. 폭포를 지나 오룡터널을 통과하면 주차장도 있다. 이곳에 차를 주차한 뒤 산길을 5분가량 가면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철원 도피안사의 철조비로자나불좌상.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사계절 마르지 않고 쏟아져 내린다.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할 당시, 도를 닦던 이무기 세 마리가 폭포 바위를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때 생긴 바위 구덩이 세 개가 가마솥을 닮아 ‘삼부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폭포는 방향을 세 번 꺾어 떨어진다. 꺾이는 지점에 물이 고인 웅덩이도 세 곳이 있다. 이 구덩이는 위부터 노귀탕, 솥탕, 가마탕으로 불린다. 구덩이는 폭포 위에서 봐야 잘 볼 수 있다.

철원=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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