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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뉴질랜드] 원색의 하늘… 청정한 공기… 인생 최고의 소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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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3 14:02:40 수정 : 2017-01-13 14: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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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며
트레킹은 느림의 미학이다. 서두르지 않고 맥키논 패스의 정상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다. 가시거리는 턱없이 짧고, 보이는 어느 것도 원색을 찾기 힘들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마음마저 갑갑하다.

어느 사이엔가 미세먼지는 우리의 일상이 됐다.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주요한 내용이 된 지 오래다. 여름이면 가끔 들리던 폭염주의보나 겨울에 찾아오던 한파주의보가 전부였던 사람들에게 날마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몽골 지역의 사막화로 인한 황사, 중국의 공장들이 뿜어내는 스모그까지 이제는 매순간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마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공원이 잘 조성돼 있어 평화롭고 한가롭게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울이 하늘빛을 잃어갈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뉴질랜드에서 올려다 본 원색의 하늘이다. 지친 몸을 억지로 침대에서 일으키는 아침이면 밀퍼드사운드 트랙에서 나를 깨워주던 맑은 아침 공기가 떠오른다. 그렇게 미세먼지가 내 주위를 감쌀수록, 뉴질랜드는 더욱 또렷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한번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뉴질랜드는 자연이 선물한 지상낙원의 상징으로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여행은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시작됐다. 공원이 잘 조성돼 초록으로 둘러싸인 대도시는 평화롭고 한가로웠다. 정복자였던 유럽과 원주민인 마오리족, 그리고 최근 이주가 늘어난 아시아의 문화까지 서로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존하고 있었다.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햇살과 따듯한 공기가 대결과 다툼보다 존중과 포용으로 이끄는 듯했다.

글래드 하우스 환영 표지판 아래서 밀퍼드 트레킹에 참여한 여행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남섬의 관문 퀸스타운은 여왕의 도시다운 품격과 우아함으로 가득했다. 짙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와카티푸 호수는 투명하고 깊은 품에 하늘을 모두 담을 듯했다. 호수와 어우러진 작은 도시는 레포츠와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천혜의 자연을 이용한 레포츠의 천국이 됐지만 그 많은 방문객 속에서도 한가로운 호반도시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밀퍼드 트레킹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습지 지대를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시작된 밀퍼드사운드 트랙은 신들의 정원으로 초대받은 인생 최대의 소풍으로 기억될 것이다. 테아나우 호수를 건너 도착한 피오르랜드 국립공원은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습기를 머금은 신선한 공기는 상쾌한 아침을 맞게 해줬고, 몸과 마음을 언제나 가볍게 해 주었다. 최고점인 매키넌 패스를 넘으며 바라본 밀퍼드 트랙의 전경은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판타지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초록의 이끼와 짙은 숲이 어우러진 길은 당장에라도 호빗족이나 엘프들이 뛰쳐나올 것 같았다. 

밀퍼드 트레킹에 만난 푸른 이끼를 잔뜩 둘러쓴 원시의 숲길.
특히 여정 중반에 내린 비는 길 양측 절벽에 실타래를 걸어 놓은 것 같은 폭포들을 만들어냈다. 밀퍼드사운드 트랙 폭포들의 절정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서덜랜드 폭포였다. 전날의 강수량이 더해져 580m의 하늘에서 쏟아진 거대한 물줄기는 장관이었다. 세상을 천둥 같은 소리로 가득 채운 폭포는 용이 하늘에 오르듯 절벽을 굽이치며 하늘로 뻗어 있었다.

밀퍼드 트레킹에서 만날 수 있는 짙은 초록의 삼림과 대자연이 만들어 낸 환상적인 장관은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태고의 밀림과 수많은 폭포의 비경으로 가득했던 53㎞ 트레킹을 마치고 도착한 밀퍼드사운드는 수만년 전 빙하의 힘으로 만들어낸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바다에서 1000m 위로 솟아 오른 수십 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내륙으로 침입한 바다를 굽어본다. 하얀 빙하를 머리에 이고 선 절벽이 구름과 어우러진 모습은 다시 코발트 빛 바다에 그대로 투영된다. 수많은 폭포들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절벽 위를 달음박질친다.

지구를 남으로 가로지르고 정반대의 계절을 날아 온 뉴질랜드는 자연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낙원이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고 도시를 생활 터전으로 삼는 나에게 뉴질랜드 여행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었다. 뉴질랜드 국기를 장식하는 네 개의 별, 남십자성이 북반구의 여행객을 매일 밤 축복해 주는 듯했다. 변화무쌍하다는 밀퍼드사운드 트랙도 화창한 날씨의 연속이었으며 밤사이 내린 비는 폭포들의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다.

먹거리에 대한 즐거움이 역시 뉴질랜드 여행에서 빠질 수 없다. 특히 스테이크는 목축업이 발달한 뉴질랜드에서 가장 흔한 요리다. 질 좋은 쇠고기나 양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청정바다를 자랑하는 섬나라인 만큼 신선한 해산물 요리도 유명하다. 그 가운에 그린홍합요리는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과 어우러져 그 풍미를 더한다. 쇠고기나 양고기도 저렴하고 질 좋은 뉴질랜드의 레드 와인을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물줄기의 흐름이 완만해 이뤄진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강줄기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레포츠와 트레킹의 천국이라는 뉴질랜드에는 “꼭 해봐야 할 것”들 역시 많다. 그중 뉴질랜드에서 탄생했다는 번지점프와 아름다운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카이다이빙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섬의 밀퍼드사운드 트랙 이외에도 뉴질랜드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번지점프와 함께 다음 방문을 기약해 본다. 

트레킹은 느림의 미학이다. 서두르지 않고 맥키논 패스의 정상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바쁜 현대생활에서는 모든 것이 급하고 빠르다. 촌각을 다투어야 하는 중요하지 않은 것은 스쳐 지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트레킹은 느림의 미학이다. 그 어원처럼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소달구지를 타고 하는 여행’이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바쁜 일정으로 돌아가겠지만 우리네 인생이 조금은 느리고 여유롭게 흘러가기를 기대해 본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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