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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서재? 가보고 싶은 서재!

입력 : 2017-01-21 03:00:00 수정 : 2017-01-20 20: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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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전 총리 수뢰사건 파헤친 기자 출신, 일본 대표 지성인 다치바나의 서고 탐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박성관 옮김/와이다 준이치 사진/문학동네/3만3000원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다치바나 다카시 지음/박성관 옮김/와이다 준이치 사진/문학동네/3만3000원


“서가 앞에서 펼치는 지식 이야기는 경계를 넘어 끝없이 뻗어나갑니다.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요.”

일본의 대표적 지성인으로 꼽히는 다치바나 다카시(76) 도쿄대 대학원 특임교수의 얘기다. 그는 책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건물 전체를 서가로 만들었다. 지금은 한 번쯤 거쳐가는 도쿄의 지식 명소가 되었다. 이름이 ‘고양이빌딩’인데, 방문객이 찾아오면 왜 그 책을 구해 읽었는지, 어떤 책이 도움되는 좋은 책인지에 관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도쿄대생들은 왜 바보가 되었는가’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저명 지식인이다.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 일본 도쿄대 대학원 특임교수 소유의 고양이빌딩 5개층과 옥상 서고에는 20여만권의 책이 가득 들어차 있다.
문학동네 제공
학문세계 전체를 차분히 조망해 나가는 다치바나 교수의 해설은 물흐르듯이 막힘이 없다. 그는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다. 젊은 기자 시절,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미국 록히드사 뇌물수수 사건을 파헤친 민완기자였다. 스캔들 보도 이후 자민당 내 다나카 파벌은 몰락했고, 다치바나 기자는 일본 사회에 처음 그 이름을 알렸다. 일본 특유의 탐사정신과 호기심의 원천은 두말할 것 없이 책이다. 고양이빌딩은 지하 2층을 포함해 3층 건물이다. 옥상까지 합쳐 모두 6개층에 가득 들어찬 20여만권의 책들은 말 그대로 지식의 원천이다. 산초메 서고와 릿교대학 서고도 갖고 있다.

그는 “(독서의 목적에 대해) 현실을 다른 시간축과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며 그런 행위가 늘 필요하다”면서 책을 종합미디어라고 했다. “좋은 책일수록 독자적인 자기표현을 하는 종합미디어 수단이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사서 보니 책 시장이 형성될 것이고, 이들이 경제적으로도 떠받치고 있다. 이 구조가 계속되는 한, 종이책의 세계가 끝나는 날은 아직 멀었다고 본다.” 전자책이 확산하는 추세에서도 종이책은 이어진다는 의미다.

그에 따르면 책은 물성을 갖는 독특한 미디어 수단이다. 종이와 인쇄기술, 제본기술, 텍스트와 북디자인이 총체적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특수한 상품이다. 인간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온 역사적 도구다. 책장을 넘길 때의 촉감,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의 조화를 따라가며 감상하는 시각적 즐거움, 차례와 구성을 한눈에 검토할 수 있는 일람성 등은 종이책이 아니면 구현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전자책이 활성화될 훗날에도 종이책이 여전히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한일 지식인 토론에 나선 다치바나 다카시 교수(오른쪽).
저자는 ‘안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지식이란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경솔하게 읽어내지 않고, 경솔하게 쓰지 않으며, 무언가에 대해 안다고 쉽게 자부하지 않는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뜨개질해 가듯 다양한 각도에서 치밀하고 심도 깊게 파고드는 독서와 공부, 인류가 쌓아온 지혜의 정수를 남김없이 빨아들이고 싶다는 욕망을 견지하는 것이 앎의 태도가 아닌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다치바나 다카시 교수의 메시지는 묵직하다. 일본인과 일본 사회에 던지는 문제의식을 비롯해 일본공산당 취재 당시 모은 자료와 비화, 이슬람교와 코란에 대한 역사적 이해, 동아시아 근대사에 대한 속깊은 이해, 생명과 죽음의 비밀 등 100여 항목의 주제가 던지는 지식은 폭넓고 깊다.

“서가를 보면 나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인다. 나는 비교적 책을 처분하지 않는 인간에 속한다. 고교 시절에 산 책이 지금도 여러 권이다. 대학 시절에 산 책은 수백권 아니 얼추 천권은 아직도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 그 책등을 보기만 해도 당시의 추억이 잇따라 되살아난다. 그 무렵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고뇌했으며 또 무엇을 기뻐했던가. 책과 함께 그런 추억들이 되살아온다. 나의 분노와 고뇌가 책과 함께 있었음을 떠올린다. 어쩔 수 없이 더러워진, 여기저기 얼룩진 책일수록 버리기 힘들다. 그 책을 되풀이해서 읽고, 줄을 긋거나 메모를 했던 추억이 거기에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책에는 일본 사진작가 와이다 준이치가 정밀하게 찍은 고양이빌딩의 서가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 실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엿보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을 통해 현대 일본 지성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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