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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칼럼]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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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2 21:10:47 수정 : 2017-03-08 14: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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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컨트롤타워 ‘부침’
연구기관·부처 등 역할분담 필요
관리·평가 개인보다 집단 전환을
지역차원 연구·개발 협력 강화를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해 10월,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차기 대통령을 위한 과학 수업’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빠르게 확산되는 신종 전염병, 혁명적 유전자 가위기술, 예상보다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해수면 상승, 고비용 치매 치료, 고도화되는 기계지능, 취약한 재난 관리 등이 국가 지도자가 주목해야 하는 6개의 과학 이슈로 꼽혔다.

올해 우리나라도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다. 국가의 리더가 구체적인 연구·개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과학기술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가 있다. 바로 과학기술 조직과 운영의 문제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의 부침이 심했던 우리나라에서,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조직과 운영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우선 많은 연구기관, 연구개발 부처, 연구개발 관리기관의 통합적 운영을 위한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의 중복 사업은 없는지, 대학과 연구소와 기업 간의 역할 분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호 보완적인 구조, 기초연구와 실용화연구에 관한 역할 분담이 거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 연구·개발에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창의적 인재, 창업국가를 향한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적 목표는 최첨단 연구 성과를 목표로 하는 연구·개발과 양립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이런 모두의 역할 분담은 우리나라 연구·개발 예산의 효율성 제고에 중요한 방향이다.

이어,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관리와 평가를 창의적인 개인보다 ‘창의적인 집단’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창의적 인재가 주도하는 융합과 혁신이 새로운 과학기술의 화두이지만, 개인적 능력에 의한 기술개발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더구나 인적·물적 자원이 충분치 않은 우리나라 여건에서 연구자 개인이나 개별 연구실에서 혁신적 성과가 나오기란 매우 어렵다. 세계 경제나 연구·개발 시장의 규모와 우리의 경제 규모를 비교하고, 앞으로 다가올 인구절벽의 현실에서 나타날 제한적인 인적자원의 양과 질을 고려하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융합과 기술 혁신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경쟁보다 협업을 위한 연구·개발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연구자들의 협업을 위해서는 평가 제도의 대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개인이나 개별 기관의 성과목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목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구축돼 있는 연구·개발 지식 포털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한다면 가능하다. 새로운 평가 기준이 잘 활용된다면 연구자들의 관심도 좁은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고 국가의 연구·개발 목표와 현황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끝으로, 지역 차원의 연구·개발 협력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역별로 특화 산업이나 신산업 발굴 등의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연구기관의 분원이 지역마다 설치돼 있고 새로운 분원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 연구기관들은 여전히 본원이나 중앙부처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파견 기관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 당초 기대한 지역사회와의 수평적 교류나 업무 협력 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기자재 활용, 인력 교류, 공동 연구 등을 위해 지역사회 차원의 산학연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혁신도시로 이주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이 주도하는 지역 활성화 정책과 연계된다면 연구·개발에서 진정한 지역 분권이 가능할 것이다. 연구·개발 예산의 재편성도 필요하다. 중앙에서 집행되는 연구·개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지역본부나 사업별 거점기관에 이관해 지역 활성화가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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