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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로운 이웃과 함께 하는 설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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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4 00:46:37 수정 : 2017-01-24 00: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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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올해도 많은 이들이 차량정체도 마다하지 않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정성이 담긴 선물을 안은 채 설 귀향길에 나설 것이다. 자녀의 손을 잡고 그리운 고향과 부모를 찾아 나서는 모습에서 고유한 한국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설 역사를 보면, 신라 진덕여왕 5년(AD 651) 정월 아침 왕이 문무백관의 신정 하례를 받으니 이것이 하정(賀正)의 시작이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어떤 형식이든 신년 행사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은 한자로는 원조(元朝)나 원단(元旦)이라고도 불리는데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낯설다’는 의미에서 ‘새로움’을 뜻하는 ‘설다’에서 왔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몇 살’이라고 할 때의 ‘살’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지봉유설’을 지은 이수광은 ‘서럽다’가 설의 어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명식 수필가
민족의 명절인 설은 일제강점기 양력을 기준으로 삼으며 한때 설을 지내지 못하게 강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손(天孫)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하늘에 예를 올렸고, 이것이 설 차례의 근간이 됐다. 새해 첫날에는 대청에 복조리를 걸고, 해를 상징하는 떡국을 먹으며, 하늘과 조상에게 복을 빌고 예를 올린 것이다. 마을의 웃어른을 찾아 세배를 올리고 가족이나 이웃 친척과 함께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의 놀이와 개구쟁이들은 개울에서 얼음썰매도 지쳤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농촌의 설은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다. 우선 설은 세뱃돈과 차례 음식도 넉넉하지만 새해 선물을 받는 연중 흔치 않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설빔으로 읍내 오일장에서 어머니가 사온 새 신은 보물을 간직하듯 여러 날을 신지도 않고 머리맡에 모셔 놓곤 했다.

이것이 전형적인 우리네 전통 설날의 모습이지만 이제는 그 정겨운 모습도 오래 가지 않아 추억으로 간직해야 할 듯싶다. 설 연휴에 해외여행이 대중화되고 역귀성으로 부모가 자식을 찾아가 세배를 받고 있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고 언제부터인가 시작된 차례상 대행업체도 성황이다. 또한 ‘명절증후군’으로 많은 사람이 명절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명절스트레스는 가사부담이 큰 며느리들에게서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럴 때는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며 돕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가 필요하다. 남자들도 주방에서 설거지도 도와주고 어른은 덕담으로 자녀를 칭찬하고 격려해주며 자녀는 어른들의 사랑에 대한 감사함과 공경심을 다지는 자리로 만들어야겠다.

갈수록 핵가족화돼 단절된 생활에서 설 명절은 부모와 형제자매 친인척 등 우리 삶 속의 가족과 뿌리를 함께 찾게 하는 소중하고 뜻 깊은 자리다. 설날 대화는 가족 간의 허물은 토닥이고 위로하는 시간이 돼야겠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의 근심도 크겠지만 설날의 참된 뜻은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는 날이다. 이번 설은 외로운 이웃을 살펴보고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는 행복한 설날이 됐으면 한다.

박명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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