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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클릭만 해도 돈"… 검은 유혹 '댓글 알바' 사기

입력 : 2017-01-23 19:24:10 수정 : 2017-01-24 08: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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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제휴 마케팅’으로 포장 모집 / 게임·학습·쇼핑몰 등에 댓글 달게 해 / 새로운 가입자 유도 다단계식 홍보 / 계좌·카드번호 요구해 돈 빼가기도
취업준비생,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사람, 일주일간 취업시간이 18시간도 안 되는 취업자 등 ‘사실상 실업자’ 신세에 놓인 인구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5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사람들에게 큰 노력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떨까.

“쉽고 편한 재택 알바”, “앉아서 클릭만 해도 돈 벌수 있는 알바….”

‘댓글 알바 사이트’에 달린 홍보문구다. 댓글을 단 만큼 포인트를 누적하고 그것을 현금으로 주는 아르바이트다.

업체 관계자는 23일 “1000만원 정도의 수입도 가능하다”고 유혹한다. 말 그대로라면 더할 나위 없는 일거리지만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의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돈을 받아 챙기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제휴 마케팅’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댓글 알바를 모집하는 업체들은 게임, 학습, 온라인 쇼핑몰, 앱 등에 댓글을 달게 하고, 댓글당 일정 포인트를 부여한다. 누적된 포인트가 업체에 가입한 사람들이 가져가는 돈이 된다. 하지만 댓글당 포인트가 작고, 하루에 달 수 있는 댓글 개수도 제한되어 있다. 댓글을 부지런히 달아도 포인트가 얼마 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는 업체들은 가입자들에게 ‘레벨업’을 제안한다. 돈을 내면 레벨이 올라가 해당 가입자의 댓글당 포인트가 높아지는 것. 업체 관계자는 “레벨에 따라, 활동량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고, 10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 수입 평균을 내기 힘들다”고 전했다.

새로운 가입자를 모을 때마다 수익을 준다고 광고해 ‘다단계 냄새’를 풍기는 업체들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우리 회사 글이나 광고를 올리고, 상담 문의나 새 가입자를 받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더 많은 수익을 원하면 유명 블로그를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평 게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준다며 계좌번호,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요구해 돈을 빼가거나 대포통장 등을 만드는 데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댓글 알바 사이트에 현혹된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돈이 제대로 입금되지 않았다”, “갑자기 업체 측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해당 업체들은 가입자 통계를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취재진의 문의에 “대학생이나 주부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중·고등학생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업체들이 조직적으로 단 상품평, 사용후기 등이 소비자들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인터넷 강의 업체 ‘이투스’가 댓글 알바를 조직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유명 강사의 폭로로 알려졌다. 이투스 측은 댓글 알바들에게 수험생들이 많이 드나드는 유명 커뮤니티에 자사 강사를 부각시키는 홍보글과 댓글을 달게 했다.

인터넷 댓글이 정보습득, 소비, 홍보 등 일생 생활 전반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만큼 부작용을 관리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무엇이 되었든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항상 이를 부정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라며 “댓글의 사회적 기능이 커짐에 따라 생기는 부작용들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구조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정훈·안승진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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