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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부끄러운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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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4 00:49:10 수정 : 2017-01-25 19: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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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으로 돌아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반려견 사랑이 남달랐다. 견종은 바셋하운드종으로 이름은 그릭스비다. 그는 2014년 가을, 한국에 부임할 때 예정보다 하루 늦게 입국했다. 외교당국에서 알아보니 이 견공을 데려오기 위해 서류를 챙기느라 늦었다. 그는 다음날 “그릭스비와 함께 새로운 친구를 만나길 기대한다”며 한국 언론에 소개까지 했다. 이뿐 아니다. 2년여 한국 재임기간 사람처럼 그릭스비 트위트를 직접 개설하는가 하면 시민들과 자주 어울리게 했다. 주인 덕에 그릭스비는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국내 애견인의 사랑을 듬뿍 받다 돌아갔다.

그런데 그릭스비가 돌아가기 열흘 전쯤, 국내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충북 제천 한 카페 마당에서 생활하던 고양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띠로 불리던 이 길냥이가 쓰러진 자리에는 주먹만 한 돌멩이가 떨어져 있었다. 누군가 고의로 해친 것으로 보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분노한 네티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범인 잡기에 나섰다. 안양에서는 돈을 걸고 개싸움을 붙인 일당이 입건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투견은 초주검이 돼 동물병원으로 이송됐다. 투견꾼은 “투견은 싸우려고 태어난 개 아니냐”며 오히려 단속에 항의했다고 한다.

근자에는 동물학대로 국제 망신을 사는 일까지 벌어진다.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독일 현지에서 동물학대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가 도피 중에 기르던 개와 고양이 20여 마리가 마르고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이다. 이 중 몇 마리는 압수돼 독일에서 다른 사람에게 입양됐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소식은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독일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됐다.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동료에 대한 공감이나 슬픔은 인간만의 고유한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은 밝혀진 지 오래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은 안다. ‘종’만 다를 뿐 ‘사람’과 똑같다는 것을.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으나 미국의 견공 그릭스비에 비해 토종 고양이 아띠와 투견의 팔자가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반려견 인구 1000만 시대라 말만 하지 말고 동물복지 ‘글로벌 스탠더드’도 챙겨할 때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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