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중심의 개편 방향은 대체로 옳다.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무임 승차자’를 줄이고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이 있는 직장인의 부담을 늘린 것 역시 바람직하다. 하지만 보험료 수술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 문제다. 현행 체계는 도입된 지 40년이 지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한해에만 7300만건의 민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 쏟아졌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론의 눈치만 살피다 시간을 질질 끌었다.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부터 “나는 연간 수천만원의 연금 소득이 있는데도 직장 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면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는 지적을 받고도 2년 2개월이 지나서야 이번 대책이 나왔다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정부가 서둘러 5월쯤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다지만 여야 이견이 적지 않아 시행이 불투명하다.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되면 어떻게 바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새 보험체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징수의 증가분에 비해 수혜의 폭이 지나치다. 이번 개편으로 피부양자 47만 가구, 직장가입자 26만 가구의 부담은 늘어나지만 지역가입자 606만 가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한다. 재정 사정을 감안한 개편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건보 재정은 현재 20조원의 누적 흑자를 기록 중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당장 5년 후면 적자가 시작되고 8년 후면 재정이 완전 바닥나게 된다. 이런 판국에 보험료 경감 방식의 개편은 재정 고갈을 더욱 재촉할 뿐이다. 재정난의 병증을 심화시키는 잘못된 수술임이 분명하다. 정부는 마땅히 이번 개편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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