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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철의법률이야기] 남의 땅에 묻혀도 되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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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4 22:19:43 수정 : 2017-03-08 16: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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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0년 넘은 분묘 기지권 계속 인정
산림공유 관행·입증 어려워 법적 구제
대법원이 얼마 전 그동안 판례를 통해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한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의 시효취득’을 이후에도 인정할지에 여부에 대해 선고를 했다. 결론은 분묘기지권 시효취득의 제한적 유지이다. 즉 대법원은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랫동안 지속된 관습이나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돼 왔고, 이러한 법적 규범이 ‘장사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 시행일인 2001년 1월13일 이전 설치된 분묘에 관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를 들고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시대에 있었던 ‘산림공유(山林公有)의 원칙’에 대한 언급이다. 대법원은 조선시대에는 분묘가 주로 설치되던 산림에 대해서는 민간이나 개인의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산지(山地)에 분묘가 설치되면 그 분묘가 존속하는 동안에는 이른바 ‘묘지 점권’이나 ‘분묘 점권’이라는 사적 점유권의 형태로 보호가 이뤄졌다고 보고, 현재의 분묘기지권은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았다.

또한 분묘기지권이 아직 인정돼야 할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분묘소유자의 ‘입증곤란의 구제’를 들고 있다. 즉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묘를 설치할 장소를 소유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묘 문화는 매장 중심이었다. 이에 부득이 다른 사람의 임야에 조상의 시신을 매장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암장(暗葬)을 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토지 소유자로부터 명시적이거나 최소한 묵시적인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분묘의 설치에 관해 승낙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하여 계약서 등 근거자료를 작성하거나 이를 남겨놓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과거에는 구두에 의한 합의만으로 대부분의 계약이 이뤄졌으며, 토지소유자와 분묘소유자가 가까운 이웃이나 집성촌 부락의 친족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후일 분묘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계약서 등을 만들어 둬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리고 계약서 등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지났기에 부주의 등으로 이를 분실하거나 폐기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토지에 대한 근대적 소유관념이 일반화되고 그 위에 상속이나 매매 등을 통해 토지 소유자가 바뀌면서 분묘설치 당시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토지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의 이전을 요구하면서 시비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됐다. 그 경우 분묘소유자로서는 자기 또는 그 선조가 분묘를 설치할 당시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는데 계약서를 비롯한 근거자료를 만들지 않았거나 만든 경우라도 보존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이를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빈발했다. 이처럼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제도에 대해 분묘소유자의 ‘입증 곤란의 구제’라는 이유 등으로 제한적 유지를 선고했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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