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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의해 통제되고 차별받고… 젠더 질서 어떻게 구축되었나

입력 : 2017-02-10 21:15:36 수정 : 2017-02-10 21: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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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젠더(gender) 구조는 어떤 경로와 장치를 거쳐 조성됐을까.

‘성스러운 국민’은 성별에 의해 사회가 구조화되는 데 기여해 온 근대 국가의 장치에 주목한다. 근대 국가와 민족을 중심으로 성에 대한 지식, 제도, 담론이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현대 젠더 관계가 구축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근대 국가는 법을 통해 여성의 섹슈얼리티(sexuality)를 통제해 왔다. 대표적인 제도가 2015년 위헌 판정으로 사라진 ‘간통죄’다. 기혼여성의 성만 통제하는 식민지 시기 간통죄의 성적 편파성이 가족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질서로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간통죄가 사기와 협박에 이용되는 등 ‘선량한 풍속’을 보호하기보다 부정한 상황을 연출했다는 주장이다.

1953년 제정된 ‘음행매개죄’와 ‘혼인빙자간음죄’는 보호 객체로 삼는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가 식민지 형법 및 일본 ‘개정형법가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법조문들이 보호 객체를 여성으로 한정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젠더 차이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음행의 상습’ 여부의 기준으로 여성을 이분화해 젠더 내부의 차이를 생산하고 제도화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법제들은 여성의 정조가 법적 지위를 분할하는 기준이 되고 있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는 동시에 젠더 규범을 정상화하는 정치학을 작동시키는 기제가 됐다.

‘퀴어’라는 용어는 1950년대 한국 사회에 대한 재사유화를 시도했다. 이성애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서 동성애나 트렌스젠더와 같은 성적 주체들이 풍기 단속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는 국가 건설 과정의 젠더 규범에도 영향을 줬다. 경범죄와 병역법은 ‘퀴어’한 사람들의 위반을 색출한다. 남성들을 군인으로 동원하고 위계화하기 위해 퀴어를 범법자로 만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적 보수화가 퀴어한 젠더 수행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화 과정이 젠더 차별적이라고 지적한다. 가족법에서 제기된 민주주의 의제와 여성의 국민화 문제 등이 소수자를 양산하고 가부장제를 공모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족법의 민주주의 의제는 형식적일 뿐 젠더 위계적인 국민을 탄생시켰다고 지적한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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