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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탄핵정국과 네 가지 속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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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4 00:38:33 수정 : 2017-04-11 13: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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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무너지면 나라도 무너져 / 촛불이든 태극기든 국회든 헌재 압박하는 건 역사의 범죄 / 어떤 결정해도 무조건 승복을 한 나라의 속담은 오랜 생활의 지혜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성인 경전에 나오는 품위 있는 사자성어나 고사성어처럼 역사적 전거나 주석을 좀 알아야 이해되는 것과는 다르다. 속담은 매우 직설적이고, 돌직구를 날리는 것과 같아 때론 민망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속담만큼 일반 대중에게 바로 통하는 말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 속에서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되는 속담이 많다. 특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홧김에 서방질한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분수가 있지’라는 네 가지가 떠오른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요즘 국회의원, 대선주자 행태들을 보면서 ‘초가삼간’이란 낱말을 거듭 곱씹는다. 여기서 초가삼간은 국가이자 민생이다. 이러다 초가삼간을 태우고 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정치권은 국민을 너무 얕잡아보는 것 같다. 촛불시위를 빙자해 당파적 이익이나 지역 이기를 취하려 한다. 국민을 기만하는 언설도 예사로 표출되고 있다.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을 국회로 옮기겠다는 법안을 발의하는 횡포까지 부린다. 삼권분립의 대원칙마저 흔드는 것이다.

야야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을 마치 죄인처럼 다루고 있다. 정치권이 책임질 문제를 기업인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면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이 잘 살면서 북한에 큰소리치게 된 비결이 뭔가. 개발연대에 산업화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했고, 크고 작은 기업들이 국가 지원과 국민 성원 속에 열심히 산업을 일으키고 돈을 벌어온 덕분이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갑자기 기업 지배구조와 해체를 들먹이고 산업구조 전반을 손보겠다고 한다. 위험한 도박이고, 시대착오적 선동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뭔가. 권력 주변에 기생하는 빈대를 잡는 일이다. 그것이 졸속 개혁으로 비화하고 대한민국이란 집마저 태우는 참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촛불시위 구호 중에는 “북쪽은 우리의 미래다. 우리의 희망이고 삶이다”, “사회주의가 답이다”, “자본주의가 문제다”라는 언설도 있는데 만에 하나 체제혁파 의미가 이런 것이라면 처음부터 빈대는 안중에 없이 초가삼간을 태우려던 것이란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책상물림의 좌파지식인처럼 산업화의 열매는 따먹으면서 산업화의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사대적 민주주의자)이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어떤 혁파라도 헌법질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의 개혁이 돼야 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부 대선주자, 정치권의 공약에선 국가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속담은 울분을 참지 못해 극단적 일탈을 감행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특히 종북좌파(종북사대주의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옛날 엄격한 가부장 시절에는 홧김에 서방질하면 그것으로 인생은 끝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좋은 것은 개인 인격과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존중해서 서방질을 해도 남모르는 사정이 있겠거니 하면서 인내로 기다려준다는 점이다. 북한의 세습왕조 전체주의에서라면 바로 즉결심판감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것은 어떤 부정적인 대상이 나타났을 때 자기 허물은 되돌아보지 않고 마구 비난하는 모양새를 가리킨다. 실컷 비판하고 나무라다 보면 손가락질을 하는 당사자도 같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박근혜 정권은 온통 부정투성이 정권인 양 매도당하고 있는데, 비판·비난 세력은 같은 잣대로 스스로를 점검해 봐야 한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선적 국회선진화법과 인권유린의 국회청문회, 그리고 국회독재의 양상이다. 한 사회의 약점과 타성은 실은 그 이전에서부터 누적돼 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똥 묻은 개이기 때문에 겨 묻은 개를 더더욱 사정없이 나무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 한때 ‘내 탓이오’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유행했다. 그런 물결이 되살아나야 진정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가 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라는 말은 도둑이 주인에게 몽둥이를 든다는 뜻이다. 우리는 흔히 재판정에서 소송 당사자들 간에 ‘적반하장’이란 말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재판은 적반하장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누가 주인이고, 누가 도둑인지를 명확히 밝히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란 점도 널리 인정돼야 한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사법 과정의 노력을 신뢰하고,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법치주의는 불가능하다.

작금의 동아시아 정세를 살펴 보면 대한민국에 일어날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쟁이다. 결코 여기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 결국 모든 책임과 징벌은 국민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국가사회적 혼란을 부를 법치 훼손을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앞으로 다가올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여부는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에 의해 승복·존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촛불시위, 태극기시위는 더 이상 헌법재판소에 압력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 야권 일각의 조기 탄핵결정 요구는 국회의 월권이다.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돼서는 안 된다. 사법부가 한국 사회의 중심을 잡는 균형추라는 점을 명심하자.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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