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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애이지기오(愛而知其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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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3 00:44:35 수정 : 2017-04-11 13: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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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한 바대로 되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때가 되고, 여건이 성숙되며, 합당한 노력을 해야 된다. 하물며 권력 쟁취랴! 권력은 속성상 욕망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욕망이 지나치면 조급증을 낳고, 조급증이 심해지면 파국을 부르게 마련이다.

만사 ‘깜도’ 안 되는데 인위적으로 하려고 해봤자, 설사 일시적으로 권력을 잡고 휘둘러도 영속적일 순 없다. 역사가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노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나 제계는 영원할 수 없고 가변적임을 지적했다. 노자가 “발뒤꿈치를 들고 오래 서 있을 수 없으며(企者不立), 강풍은 아침 내내 불 수 없고 폭우는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는 것이 자연(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이라고 한 이유이다.

노자는 인위적인 조직이나 운영, 통치술의 허점을 경계할 것을 권유한다. 인간에 의해 조직되거나 임명된 사람들은 쉽게 변질되기 쉽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노자는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활동하는 정치무대를 현실적으로 부정한 것일까. 노자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민초의 편에 서서 행동하라고 말했다.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설치는 자는 반드시 패하고 잃게 된다(爲者敗之 執者失之)”는 노자의 말은 오늘에도 교훈을 주고 있다.

‘최순실씨 일당의 국정농단’이 상징하듯 박근혜 대통령의 소수 측근들이 권력과 부(富)의 영원한 향유를 꾀하려다 사법적 단죄를 받고 있다. 누구를 탓할까.

집권 전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측근을 내치지 못했더라도 공사 구분은 명확히 했어야 했다. 그래서 ‘예기’는 “사랑하되 그 사람의 단점을 볼 수 있어야 하고(愛而知其惡), 미워하되 그 사람의 장점을 볼 수 있어야 한다(憎而知其善)”고 가르치고 있잖은가. 공자도 이렇게 가르쳤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해도 반드시 좋은 점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도 반드시 나쁜 점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衆惡之必察焉 衆好之必察焉)”

이틀 후면 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이다. 탄핵 위기에 몰린 처지가 안타깝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愛而知其惡 : ‘사랑하되 그 사람의 단점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

愛 사랑 애, 而 말이을 이, 知 알 지, 其 그 기, 惡 미워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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