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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사령부 국무부 침묵 언제까지…

입력 : 2017-02-23 20:24:19 수정 : 2017-02-23 20: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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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브리핑 ‘0’… 반이민 정책 국제사회 우려 등 굵직한 현안 관련 설명도 없어 / “세계에 정책 홍보 기회 상실… 외교 주도권 행사 못할 수도” 미국 국무부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브리핑 자체가 사라졌다. 국무부는 미국 외교정책의 사령부이다. 각국 정부와 언론의 관심도 지대하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는 백악관과 함께 평일엔 거의 매일 브리핑을 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외교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정부에서도 역할에 비례해 상시 브리핑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거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호평 속에 상원의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렸다. 틸러슨 장관이 세계를 누빈 CEO로서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국제정책 기조를 설명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런데도 국무부는 ‘브리핑 없는 날’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34일째인 22일(현지시간)까지 국무부 브리핑은 없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반이민 행정명령 발동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를 포함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하나의 중국 정책’ 기조 혼란, 멕시코와의 외교 갈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 혼선에도 국무부는 특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언론의 단독보도와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반박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틸러슨 장관의 동정마저 국무부에서 듣지 못하곤 했다. 국무장관이나 국무부를 취재원으로 하는 고급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틸러슨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통화 관련 보도는 러시아 외교부를 통해 나온 것이었다. 국무부는 관련 통화 사실과 내용을 묻는 미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멕시코 간 틸러슨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해 로버타 제이컵슨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과 함께 멕시코를 방문한 그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만나 국경 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양국 현안을 논의한다.
멕시코시티=AFP연합뉴스
국무부의 침묵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게 CNN의 보도이다. 국무부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공개적으로 천명해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제프 래스케는 “국무부가 방송 카메라 앞에 서지 않고 국제 현안을 말하지 않으면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 세계에 이해시킬 시간과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무부의 침묵에는 구조적인 상황과 의도적인 원인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틸러슨 장관 임명 이후에도 외교정책 실무라인의 핵심 축인 부장관, 차관, 차관보 등 고위직이 공석이라는 점이 꼽힌다. 틸러슨 장관이 석유회사에서만 40년 넘게 근무해 외교 전문지식을 쌓으려면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점도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무부의 브리핑 회피를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해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현안에 대해 강경발언을 내놓으면서 외교사령탑이 최고통치권자와 의견충돌을 빚지 않고 상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포석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다. 일례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미·멕시코 사이의 난기류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틸러슨 장관의 침묵은 오히려 미국 외교의 부담을 덜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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