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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홀로서기' 실태 점검] "나도 부모님 그늘 벗고 당당히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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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5-21 14:43:40 수정 : 2009-05-21 14: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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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 ‘징검다리’에 입주한 박윤영씨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운영하는 ‘징검다리’에서 홀로서기를 준비 중인 박윤영씨가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 박씨는 징검다리에서의 생활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면 이후 임대아파트 등에서 본격적인 자립생활을 시작해 동료 장애인들을 돕는 것이 꿈이다.
지차수 선임기자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아파트에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징검다리’가 있다. 가족과 시설의 ‘보호’에서 벗어나 자립하려는 중증장애인들이 미리 자립생활을 체험하고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지금 이곳에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이는 이달 초 순천에서 올라온 박윤영(24)씨. 그녀는 기침만 해도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갖고 태어났다. 그래서 목 아래는 양팔만 제한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부모 그늘에서만 살아왔다.

“순천에서도 부모님과 함께 일상생활은 가능했어요. 그런데 항상 부모님 일정에 맞춰 친구들을 만나고 도서관을 가고, 쇼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혼자 힘으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에서 징검다리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부모는 걱정이 태산이다. 반대했지만 박씨가 완강하게 우겨 결국 서울행을 허락받았다. “징검다리에 들어온 첫날 제 평생 처음으로 쌀을 씻어 밥을 했는데 너무 잘돼 부모님에게 전화했더니 ‘네가 정말 밥을 했니?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라며 기뻐하고 안도하시더라고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함께 열린 장애인올림픽 선수촌용으로 지어진 이 아파트는 장애인이 활동하기 편하게 문턱을 없애고 복도를 넓히는 등 친장애인 환경으로 설계된 흔치않은 주거공간이다.

“가장 감동한 건 아파트에 문턱이 없고 계단도 없다는 점이었어요. 순천 집은 단독주택이라 집안에서도 전동휠체어로 이동하기 힘들었거든요. 저 혼자 바깥나들이가 가능해 너무 기뻤습니다.”

요즘 장애인운동의 최대 이슈는 ‘탈시설’이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은 “수용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그 속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일상을 통제받는 환자로 살 수밖에 없다”면서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갖고 살기 위해선 시설을 벗어나 자립해야 하고, 복지예산의 효율 면에서도 대규모 수용시설보다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자립하기 위해선 활동보조인?주거 지원 외에 지역사회의 이해와 포용도 필수다.

징검다리 같은 곳은 현재 전국적으로 10여개가 운영된다. 3월13일 문을 연 징검다리는 최대 3개월(1회 연장 가능)까지 거주할 수 있는데 입주 희망자가 줄을 잇고 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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