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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고아' '향연…' 놓쳐서 아쉬웠던 명작이 돌아오다

입력 : 2017-01-27 14:00:00 수정 : 2017-01-26 1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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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고아,복수의씨앗
공연은 시공간의 제약을 숙명처럼 안고 있다. 그 날, 그 자리가 아니면 감동을 공유하기 불가능하다. ‘그 작품 좋다던데…’라는 얘기가 도는 순간 이미 막을 내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다행히 올 상반기에는 다시 무대에 오르는 좋은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띈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 검증된 작품들을 직접 확인해보자.

다시 돌아온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더 명료해지고 깊어져 있었다. 지난 18일 첫 공연의 막이 내리자 관객 절반 이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낌 없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좀처럼 기립하지 않는 연극 관람문화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조씨고아,복수의씨앗

2015년 초연한 이 작품은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상 등 국내 연극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 국가화극원 대극장 무대에 올라 ‘중국 이야기로 중국 관객을 정복한 작품’이라는 현지 평단의 호평도 이끌어냈다. ‘조씨고아…’는 올초 국정조사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고선웅 연출을 명단에서 빠지게 해준 연극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달 12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기군상이 쓴 원나라 잡극이 원작이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간신 도안고는 충신인 조순을 없앨 계략을 꾸민다. 조순은 도안고의 함정에 빠지고 자신과 그의 일족 300명이 몰살을 당한다.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핏줄이 갓 태어난 조순의 손자 ‘고아’다. 떠돌이 의원 정영은 예상치 못하게 ‘고아’를 떠맡는다. 이 과정에서 도안고의 서슬퍼런 칼날을 피하기 위해 ‘고아’의 어머니와 무인, 충신이 죽음을 택한다. 정영 역시 ‘고아’를 살리기 위해 45살에 본 늦둥이 젖먹이의 목숨을 희생시킨다.

원작을 각색한 고선웅은 해학과 철학을 오가는 절묘한 연출로 자연스레 감동을 전한다. 정영으로 분한 하성광의 연기도 일품이다. 300여명의 원한을 떠안았다는 무게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갈등을 균형감 있게 표현한다. 권력의 정점에 선 황제를 향한 풍자, 텅 빈 무대를 뒤덮고 피바람을 부르는 도안고의 헛된 욕망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극장을 나설 때면 연극의 메시지를 곱씹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춰 놀다 보니 어느새 한바탕 짧은 꿈. 이 이야기를 거울삼아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이런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향연 가인전목단

국립무용단 ‘향연’도 주목해야할 작품이다. 내달 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이 작품은 2015년 초연 당시 전회 매진됐다. 지난해 4월 재공연에서는 개막 전에 모든 좌석이 동나 한 회를 추가했다. 
향연 장고춤

‘향연’은 ‘전통을 어떻게 현대화할 것인가’하는 물음에 대한 정답같은 무대다. 전통 무용의 원형을 세련된 그릇에 담아 전한다. 때로는 그윽하고 정갈·우아하며 때로는 흥겹고 구성진 우리 춤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의상과 악기, 무대에 오방색을 담은 무대는 그 자체로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전통춤의 대가 조흥동이 안무하고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았다. 정구호는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생략하고 간결하게 비워내 한국춤의 진수를 돋보이게 했다.
향연 오고무

이 작품은 궁중무용·종교무용·민속무용을 사계절의 흐름에 담아 표현한다. 1막 봄은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 2막 여름은 기원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 3막 가을은 다양한 민속무용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4막 겨울에는 ‘신태평무’를 배치함으로써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기존 한국무용에서 여성의 춤이 중심이었다면 ‘향연’에서는 ‘선비춤’ ‘소고춤’ 등 남성 춤은 물론 ‘바라춤’ ‘태평무’ 등에서 남성과 여성의 춤을 동등하게 배치해 에너지와 역동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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