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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화가 신희숙 화백 "나무결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지도"

입력 : 2017-02-07 13:32:37 수정 : 2017-02-07 13: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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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대신 나무판 위에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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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그림을 찾아 헤매다가/그대 오는 날/별무리를 따라가며/나뭇결의 꿈을 키웁니다.’

나무결 그림으로 잘 알려진 시인 화가 신희숙 작가의 시화집(율가) 출간기념 전시회가 15~21일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열린다, 신 화백은 캔버스가 아닌 나무판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 작가다. 나무결을 살려 채색을 하는 작업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나무결과 추상적인 그림이 오묘한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신만의 그림을 추구하다 우연히 나무결에 이끌려 캔버스 대신 나무판을 선택하게 됐다.
신희숙 화백.

“삶의 흔적을 닮은 나무결을 그저 따라가다 보면 제 상념의 보따리들이 절로 풀어지지요.” 자연과의 협업 작품인 셈이다. 신 작가는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결이 오롯이 살아있는 화폭은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40년 넘게 전통적인 한국미를 현대적인 미감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매달려온 신 화백에게 나무결은 또다른 신세계로 다가왔다.

작품들은 나무 결을 따라 채색을 달리하면서 구상과 추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결이 구상 그 너머의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소재와 재료를 찾아 씨름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첫사랑처럼 나뭇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지요.”

그는 희열감에 싸여 붓질을 했다.

“나무결을 따라가다 보면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삶도 어쩌면 그런 것이다. 하루하루의 삶의 결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닌가. 어떤 모양, 어떤 문양이 될지는 삶에 대한 각각의 생각과 태도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선이 굵거나 가느다란 결이 있고 문양도 순하고 아름답게 또는 거칠고 어지럽게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그것은 삶을 사는 각자의 몫이다.

충남 공주 출신인 신 화백은 서라벌예대와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나와 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첫 개인전을 1980년대 압구정동 현대미술관에서 열었다. 1980년대 쟁쟁한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던 현대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에 초대 받은 것은 파격이었다. 신 화백의 채색화가 신선함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희숙화백과 운보 김기창 화백.(왼쪽부터)

당시 전시장을 찾은 운보 김기창 화백은 다른 약속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 화백의 작품앞에서 오래도록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고 한다. 운보가 신 화백의 작품에 반했던 것이다.

“모두가 가는 길은 길이 아닐 수 있지요. 저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텅빈 길을 홀로라도 걸어가고 싶어요. 저 만의 결이 저만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나무결은 그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지도와도 같은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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