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윤정의 웰컴 투 발트3국] 시간의 다리 건너듯… 얼음 호수 너머 중세의 성에 닿았다

관련이슈 박윤정의 웰컴 투 발트3국

입력 : 2017-02-09 10:00:00 수정 : 2017-02-08 21:27: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리투아니아 트라카이와 드루스키닌카이
 
빌뉴스에서 28㎞ 정도 떨어진 트라카이는 빌뉴스 이전 리투아니아의 수도였다. 수십개의 호수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있으며 섬 가운데 서 있는 붉은 색상의 성곽이 환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낸다. 겨울의 트라카이는 하얀 호수 위 붉은 벽돌 성이 평온하게 자리 잡은 그림 같은 풍경을 품고 있다.
빌뉴스로 천도하기 전 수도였던 트라카이성은 1955년 대대적 보수공사로 전쟁의 흔적은 사라졌다. 그루타스 공원에는 소련 사상가들의 청동상이 서있다. 소련의 지배당한 수치스런 역사를 잊지말자는 의미다.

눈이 쌓인 빌뉴스의 한 호텔 앞 전경.
잠이 깨 창밖을 보니 아직 눈이 내리고 있다. 컴컴하다. 지난밤 추위에 떨다 사우나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편안한 수면이었다. 침대 옆에 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니 새벽 6시다. 한국 시각으로는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배가 고프다. 맞은편 식당 건물을 보니 불이 켜져 있어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직원이 첫 고객으로 들어선 낯선 동양인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호텔 맞은편 음식점에 정갈스럽게 차려진 아침식사.
정갈하게 차려져 있는 테이블에 앉아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사람들이 들어와 번잡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한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동양의 여행자가 낯설었는지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건넨다. 이 추위에 관광을 왔다 하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것저것 물어본다. 오늘 트라카이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하니 멋진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자신들도 그곳에서 영화 촬영이 있다고 한다.

눈이 쌓인 빌뉴스의 한 호텔 앞 전경.
멋진 여행을 기원해 주는 영화 촬영팀에게 트라카이에서 다시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빌뉴스 시내로 나섰다. 대성당 뒤편에 나지막한 성이 있고 리투아니아 국기가 펄럭인다. 빌뉴스로 천도한 게디니마스가 조성했지만 지금은 성의 일부만 남아 있다. 대성당 광장에서 연결된 길을 따라 언덕길로 올라갔다. 해발 48m의 나지막한 성터에 자리 잡은 전망대에서는 빌뉴스 구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졌다. 

게디니마스 성터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빌뉴스 구시가지 전경.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8시의 늦은 일출시간 덕분에 여행의 첫 아침을 인상적으로 맞는다. 성에서 내려다보는 일출은 장관이다. 꼭대기에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과 지붕들이 환하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빌뉴스 구시가지의 이정표들.
붉게 물들던 시가지가 환해지자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구시가지를 따라 걷다 보니 예술가들의 거리라 일컫는 지역에 다다랐다. 빌뉴스 구시가지 지역과 빌넬레강 경계에 있는 이곳에 1997년 4월 1일부터 예술가들이 모여서 ‘우주피스 공화국’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만우절에 세워진 가상의 나라이지만 매년 건국 기념행사를 연다고 한다.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빌뉴스의 볼거리가 모여 있는 구시가지는 30분이면 산책하듯 대부분 둘러볼 수 있다.
빌뉴스의 볼거리가 모여 있는 구시가지는 30분이면 산책하듯 대부분 둘러볼 수 있다. 구시가지를 돌아보고 호텔로 돌아와 근교를 다녀오기 위해 다시 채비했다. 오늘은 렌터카로 트라카이와 두르스키닌카이를 둘러볼 예정이다.

빌뉴스에서 28㎞ 정도 떨어진 트라카이는 빌뉴스 이전 리투아니아의 수도였다. 수십개의 호수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있으며 섬 가운데 서 있는 붉은 색상의 성곽이 환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낸다. 겨울의 트라카이는 하얀 호수 위 붉은 벽돌 성이 평온하게 자리 잡은 그림 같은 풍경을 품고 있다.
트라카이는 빌뉴스에서 28㎞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수도를 빌뉴스로 옮기기 전 리투아니아의 수도였던 도시다. 수십개의 호수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있으며 섬 가운데 서 있는 붉은 색상의 성곽이 환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낸다. 

광장에서 바라본 하얀색의 대성당. 지붕에 삼성인상과 벽을 둘러 여러 성인들이 조각돼 있다.
대성당 뒤편에 나지막한 성이 있고 리투아니아 국기가 펄럭인다. 빌뉴스로 천도한 게디니마스가 조성했지만 지금은 성의 일부만 남아 있다.
특히 지하수가 발원한 호수는 맑고 투명해 여름에는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러나 겨울의 트라카이는 하얀 호수 위 붉은 벽돌 성이 평온하게 자리 잡은 그림 같은 풍경을 품고 있다. 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한겨울에는 꽁꽁 언 호수 위를 걸어서 건널 수 있다.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미끄러운 빙판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는데 저 너머 성 앞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침 일찍 식당에서 만난 일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14세기에 건설된 트라카이성은 중세의 분위기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어서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애용된다.

빌뉴스 호박박물관 내 전시품.
트라카이성 내부에는 중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중세의 복장을 한 영화배우들이 아니더라도 호수를 배경으로서 있는 트라카이성을 보고 있으면 시간을 거슬러 기사와 성주의 시대에 들어선 듯하다. 성의 내부에는 중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트라카이성은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파괴됐으나 1955년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과거의 모습을 복원했다.

리투아니아 남부 드루스키닌카이에 있는 그루타스 공원은 리투아니아가 소련에 점령당했을 당시 공산주의를 선전하기 위해 설치했던 선전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소련에 지배당한 ‘수치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교훈의 장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트라카이성에서 오전을 보내고 벨로루시와 폴란드 국경에 가까운 리투아니아 남부 네무나스강에 있는 온천 마을 드루스키닌카이로 향했다. 리투아니아, 폴란드, 벨로루시 3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곳은 수천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였다. 축적된 소금기로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요양소로 이름이 알려졌다. 강변에 이르기 전에 보이는 초록색 건물이 드루스키닌카이에서 가장 유명한 치료원이다. 이곳의 사우나를 이용하려면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처 예약을 못한 나는 사우나 근처 자그마한 식당에서 간단한 수프로 사우나 대신 몸을 데웠다. 이 도시에는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대부분 문이 닫혀 있지만 봄, 여름, 가을에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숲의 메아리’라는 지역을 방문했으나 눈 덮인 숲은 초록의 빛깔이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가지 끝에 매달려 빛나는 눈꽃송이에 허전함을 달래고 그루타스 공원으로 향했다.

그루타스 공원의 전시품 위치를 안내하는 지도.
눈 덮인 하얀 벌판은 도로를 구분하기조차 힘들다. 큰길을 벗어나 어렵사리 공원입구까지 도착했다. 주차장을 찾을 수 없어 매표소 앞에 차를 세우니 관리인이 나와 건너편으로 주차를 부탁한다. 쌓인 눈을 보니 후진을 하면 차가 눈에 파묻혀 바퀴가 헛돌 것 같다 했더니 자기가 봐준다며 수신호를 보낸다.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맞았다. 바퀴는 헛돌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젊은 관리인이 한참 동안 차를 밀고서야 힘겹게 주차를 마치고 공원에 들어설 수 있었다.

리투아니아 남부 드루스키닌카이에 있는 그루타스 공원은 리투아니아가 소련에 점령당했을 당시 공산주의를 선전하기 위해 설치했던 선전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소련에 지배당한 ‘수치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교훈의 장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공원 안에는 레닌, 스탈린, 마르크스 등 공산주의 지도자와 사상가의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었다. 모두 당대의 걸출한 조각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예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수많은 조각품 가운데 동양인 모습을 한 조각상이 눈길을 끌었다. 설명을 보니 북한 공산주의자 소녀였다. 광대뼈가 있는 친숙한 모습 가운데 낯선 느낌이 들었다. 다른 체제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떠올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의 빌뉴스 이정표.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