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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4살 '은비'의 죽음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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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9 14:16:43 수정 : 2017-02-19 16: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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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수사 방해하다니…” 책임자 처벌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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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여아를 입양한 뒤 아동학대로 숨지게 한 ‘은비 사건’과 관련해 양부모 외에 관련자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달 초 재판에서 양부 백모(53)씨가 징역 10년, 양모 김모(49)씨가 집행유예(징역 10월)를 각각 선고받았지만 이 외의 관련자들은 수사 대상에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은비와 관련한 아동학대 신고 및 수사 과정에서 이를 방해한 의사에 대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 수사를 방해했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은 20일 대구가톨릭대 하양캠퍼스 정문 앞에서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C교수에 대한 규탄집회를 연 뒤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2015년 12월 대구의 한 가정에 입양된 은비(가명·당시 3세)는 지난해 7월 경북대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응급후송돼 뇌사판정을 받은 뒤 10월 사망했다. 당시 의료진은 몸 구석구석의 멍과 화상자국 등을 토대로 아동학대신고를 했고, 이후 경찰과 검찰의 수사 등을 거쳐 지난 8일 양부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은비의 사망은 또 다른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던 지난해 4월에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도 은비는 대구가톨릭병원 응급실에 후송됐고, 의료진은 온몸의 멍과 화상자국 등을 들어 아동학대의심신고를 했다. 이때에는 일반적으로 물고문의 징후로 여겨지는 ‘저나트륨혈증(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해 체내 나트륨 수치가 급락하는 것으로 정상치는 135∼145이지만 은비의 수치는 115였음)’ 소견도 있었다.

경찰과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1차 신고 뒤 수사가 시작되자 주치의도 아니었던 C교수가 개입해 양부모를 두둔하는 한편 신고한 병원 관계자를 강하게 책망했다. 백씨 부부와 오랜 친분 관계를 쌓으며 백씨의 다른 자녀를 진료하기도 했던 C교수는 경찰에 “백씨 부부는 은비 외에도 여러 아이를 입양해 키운 훌륭한 분들이다”, “은비 몸의 상처는 자해지 아동학대가 아니다”는 등의 말을 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은비가 대구에 앞서 경기 동탄의 한 가정에서 파양된 사실을 두 차례로 전하는 등 은비의 문제점을 부풀렸다.

C교수가 은비의 주치의가 맞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해야 했던 경찰은 ‘상당한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의사가 은비와 관련한 의학적 소견은 물론 가정사까지 소상히 설명하자 곧이곧대로 믿고 ‘오인 신고’로 결론지었다.

2차 신고가 이뤄지고 은비가 뇌사 및 사망에 빠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지자 경찰은 추가 조사에 나섰지만 C교수는 결국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려 했으나 결국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측은 뒤늦게 지난달 C교수에 대해 내부 차원의 경고 조치 외에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은비와 관련한 아동학대 신고는 정확한 판단이었고, 아동학대는 용인돼선 안 될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의료진의 역할은 신고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은 성명서를 통해 “학대치사 혐의로 양부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마당에 이를 아이의 자해로 몰고 간 것은 명백히 의사의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러한 의사를 옹호하며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대구가톨릭대는 명예로운 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을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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