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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사랑해서 낳았는데…'미혼모' 낙인부터 찍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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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6 20:00:00 수정 : 2017-02-27 23: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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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는 낙인 효과가 가장 강력한 말 중의 하나다. 단순한 ‘일탈’의 수준을 넘어 ‘죄악’ 혹은 ‘경멸’의 주홍글씨를 찍는 것이다.

미혼모(未婚母)의 사전적 정의는 ‘결혼을 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낳은 여자’이고 미혼부(未婚父)는 ‘결혼을 하지 않은 몸으로 자녀가 있는 남자’이다. 한국을 비롯한 유교적 문화가 지배하는 동아시아권에서 출산이란 아직 결혼의 후속적인 절차로 간주된다. 출산이란 당연히 결혼에 따른 것으로 결혼의 사전 단계를 거치지 않은 출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통념 탓에 미혼모라 하면 대부분은 ‘10대 미혼모’를 떠올리게 된다. 도덕적으로 흠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심성적으로도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고 여러 부문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혼모 문제는 결코 최근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유교적 관념이 자리잡기 전에도 있었고, 그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결혼과 출산의 관념이 자유분방해진 요즈음, 상황은 달라졌을 수밖에 없다.

◆미혼모는 대부분 10대라는 고정관념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미혼모 실태는 어떠할까. 모두가 미혼모를 터부시하고 감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나 통계는 없었다. 기계적인 수준의 집계도 최근에야 처음으로 이뤄졌다.

2015년을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청 인구총조사의 ‘연령별 미혼모·미혼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의 미혼모는 2만4487명, 미혼부는 1만601명이다. 미혼모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0세 미만 350명 △20대(20∼29세) 4942명 △30대 8839명 △40대 7687명 △50세 이상 2669명의 분포를 보였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작성됐기 때문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통계이지만 어쨌든 분포 자체는 30대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40대, 20대, 50대를 거쳐 10대가 가장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박영미 대표는 “현실을 100% 반영한 통계라 보기는 힘들겠지만 실제 미혼모들을 상담하고 만나보면 실제로는 10대보다 20대나 30대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만명을 상회하는 미혼부 수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파혼 및 이혼에 대해 남성에게 훨씬 관대하듯 미혼부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미혼모는 대부분 가족과 분리돼 홀로 자녀를 키우지만 미혼부는 가족, 친지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사회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배제된 미혼모

미혼모 등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으로는 ‘한부모가족지원법(1989년 제정)’이 있다. 미혼모뿐만 아니라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한부모가족을 모두 포괄한다. 그러나 다수의 미혼모들이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을 뿐 아니라 법령 곳곳에 사회적 편견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비례대표) 등의 주도로 이를 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일례로 법의 첫 부분을 살펴보면 ‘이 법은 한부모가족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부모가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한부모가족은 건강하지 못하거나 문화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정작 중요한 한부모가족의 자립이나 가족기능 회복 등과 관련한 언급은 뒤로 밀려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법에서는 한부모가족에 대해 생계비나 아동양육비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로 생계비(5만원)를 지원받는 미혼모는 시설에 입소한 경우에 국한되고 있고, 중위소득의 52% 이하인 경우에 대해 양육 보조금 10만∼15만원을 지급할 뿐이다. 미혼모 신분이 드러나기를 꺼리거나 정보에서 소외된 미혼모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냉대로 인해 홀로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다. 지난해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이 전국의 양육미혼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기존에 직장을 다니던 미혼모 중 97%가 임신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에서 93%가 나왔던 것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음을 알 수 있다.

◆미혼모 계속 외면할 건가

일본에서는 최근 수년간 매년 2만명이 넘는 미혼모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일본에서 한부모가족이 발생하는 이유로 태평양전쟁 이후인 1950년대에는 사별이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2010년대 들어 10% 이하로 떨어졌고 대신 이혼 사유가 80%에 육박했다. 이러한 상황이 심화하며 최근에는 미혼모가 되며 한부모가족이 발생하는 경우가 10%를 넘어서며 사별로 인한 경우를 앞섰다.

일본에서도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제도적 지원 체계는 훨씬 나은 편이다.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혼 가정이나 소득미달 가정 등 취약계층과 별도로 미혼모 가정만을 위한 세금면제나 취업, 의료비, 주택,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가족과 직장은 물론 제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회관계망에서 차별받거나 배제당하는 미혼모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박영미 대표는 “국내에서도 양육수당이나 기본소득 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혼모들은 이를 요구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정부가 이러한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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